[문화산책] 무소유와 미니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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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4 07:58  |  수정 2018-05-24 07:58  |  발행일 2018-05-24 제23면
[문화산책] 무소유와 미니멀 라이프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단순하고 즐겁게 살아보고 싶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빠른 기술 변화 시대에 대한 반작용일까?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누릴 것도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일까? 더 많은 지식이나 재산을 원하는 개인도 늘어가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검소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단순한 생활을 하라는 권고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발견되는 무위사상(無爲思想)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숲속의 생활’에서 소개되는 ‘자발적인 빈곤’ 개념 등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검소한 생활을 통한 행복추구의 욕망은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을 나타내는 ‘심플 라이프’가 세계적으로 강조되더니, 2003년 FOX사에서는 같은 제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소개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가 인생의 본질을 찾아가는 좋은 삶의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후기에 유교사상이 전래되면서 사농공상의 신분제도가 조선시대말까지 유지되었다. 재물을 만들거나 거래하는 사람들보다는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농부나 청빈한 선비의 삶이 더 존경받았다. 또한 서양처럼 1970년대에는 ‘내려놓기’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불어왔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대표적이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라고 말하며 바람직한 생활의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의 ‘무소유’가 많은 이들의 삶의 자세를 바꿔 놓았다면, 최근에는 직접 실행해 옮기고 표현하는 ‘미니멀 라이프’ 형태로 ‘내려놓음’이 나타나고 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미니멀리스트’들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직업, 라이프 스타일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로든 떠날 수 있으며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되었다.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지켜가며 삶에서 자신을 뺏기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한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리해야 한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삶에서 남겨야 할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오늘, 난 뭘 내려놓고 또 하루를 시작해볼까?이귀영 <문화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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