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치밀한 ‘밤토끼’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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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22면   |  수정 2018-05-25
[미디어 핫 토픽] 치밀한 ‘밤토끼’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 로고.

2천400억원대의 저작권료 피해를 입히면서 그들은 자신의 주머니에 9억5천만원을 챙겼다. ‘밤토끼’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지난 23일 실시간 검색어로 떠올랐다. 밤토끼는 국내 최대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다. 한 달 평균 3천500만명이 접속한다. 방문자 수 기준으로는 국내 웹사이트 13위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날 저작권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밤토끼 운영자를 구속하고, 서버 관리와 웹툰 모니터링을 담당한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캄보디아로 달아난 공범 2명은 지명수배했다.

구속된 밤토끼 운영자는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기법을 익혀 웹툰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렸다. 수법은 치밀했다. 국내 웹툰 업체가 유출자 추적을 위해 워터마크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불법 사이트에서 1차로 유출한 웹툰만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 단속을 따돌리려고 했다. 2016년 10월 사이트 개설 후 무려 9만여 편의 웹툰을 불법으로 게재했다. 그리고 불법 도박사이트 40여 곳의 광고를 노출시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고료 결제 수단으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서 운영자의 차 안에 있던 현금 1억2천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압수하고 암호화폐 리플 31만개(취득 당시 4억3천만원 상당)를 지급 정지했다.

밤토끼가 국내 웹툰시장에 끼친 피해는 엄청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7천240억원대 이상이다. 그러나 인기도와 주제, 횟수 등으로 웹툰을 게재해 지난해 6월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밤토끼에서 공짜로 웹툰을 보는 이가 급증했다. 저작권료 피해액은 그동안 2천4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네티즌은 “웹툰 불법 유통은 만화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해적 사이트의 무분별한 사업과 이용자의 접근이 아무런 통제 없이 방치돼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밤토끼의 차단과 운영자 구속은 해적 사이트가 불법이고 범죄라는 명확한 선을 그어 웹툰 독자의 인식을 개선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는 글을 남겼다.

국내 웹툰플랫폼은 네이버, 레진코믹스, 다음을 포함해 모두 58개사다. 이곳에서 지난달에만 웹툰 3천133개가 불법복제되는 피해를 입었다. 밤토끼는 검거됐지만 200여 곳으로 추정되는 불법 사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레진코믹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웹툰 불법복제의 내성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은 밤토끼 운영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솜방이 처벌을 받는다면 수많은 해적 사이트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밝혔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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