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는 개헌 의지가 있기나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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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23면   |  수정 2018-05-25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결국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 개헌안을 상정했지만 의결정족수(192명)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국회의 무능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한 것은 개헌을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 야당과의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개헌안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지난 3월26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는 두달 동안 제대로 논의조차 않고 허송세월만 보냈다. 야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首都)조항 명문화, 지방정부 자치재정권 및 자치입법권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대통령 개헌안 자체를 반대하며 자진 철회를 요구해왔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안 방향에 대해서도 ‘좌파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시비를 걸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 개헌안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야당이 반대하는 것은 개헌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헌안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여당과의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도무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않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국회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월 개헌특위를 구성했으나 그야말로 개점휴업인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7월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원탁토론을 열겠다며 정부 예산 7억원을 받았으나 지금껏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 개헌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6월 말까지 개헌특위를 통해 교섭단체 간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다른 야당들도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6월 개헌은 완전히 물건너 갔지만 개헌 불씨를 꺼트려선 안된다. 이번만큼은 여야가 정쟁을 접고 개헌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길 바란다. 당장 국회에서 수년째 낮잠을 자고 있는 국민투표법 개정안부터 처리하고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에 지방분권 강화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초당적인 협력은 ‘방탄국회’나 세비 인상이 아니라 개헌안 마련에 발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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