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커피숍 찾고 IT 등 최신 트렌드 익숙…젊은이 못지않은 도전·열정 갖고 왕성한 활동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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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34면   |  수정 2018-05-25
대구문화계를 이끌고 있는 60代 수장들
새롭게 뜨는 태양 60代
맛집·커피숍 찾고 IT 등 최신 트렌드 익숙…젊은이 못지않은 도전·열정 갖고 왕성한 활동
맛집·커피숍 찾고 IT 등 최신 트렌드 익숙…젊은이 못지않은 도전·열정 갖고 왕성한 활동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 장미희

과거의 60대를 떠올려 보자. 수십 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난 뒤 가벼운 산행이나 하고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만나서 소일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이미지는 은퇴, 황혼, 노인 등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60대는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 최근 UN이 재정립한 평생연령 기준에서도 60대는 청년기에 속한다(18세부터 65세까지가 청년기이고 66세부터 79세가 장년기라 했다.) 이에 따라 60세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로 보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들에게 60대는 새롭게 뜨는 태양이다. 오랫동안 그들을 옥죄었던 직장, 육아 등에서 해방되어 오로지 자신만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즐기는 세대다. 바로 ‘뉴 식스티’인 것이다.

미니스커트·청바지·장발 열광한 세대
과거의 60代와 다른 사고·소비 패턴
퇴직 이후 경제적 여력과 시간적 여유
장미희·조용필·손석희 등 스타 파워
유행 선도, 연륜 더하며 버팀목 역할
지역 문화계도 뉴 식스티 수장들 포진


◆늘 푸른 청춘인 뉴 식스티= 요즘의 60대를 보라. 꽤 비싼 입장료인데도 부부동반, 혹은 친구들끼리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보러 가는 이들이 많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모임을 가지는 60대도 흔하고, 멋진 커피숍에서 만나 수다를 떠는 60대도 쉽게 볼 수 있다.

‘뉴 식스티’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까지의 세대로, 과거의 60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소비 행태를 보이는 세대를 의미한다. 은퇴 이후에 더욱 풍요로운 소비 활동을 보이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와 비슷한 개념으로, 마치 나이를 잊은 듯이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는 젊은이 같은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IT기기 등에도 익숙해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접하며 일정 소득수준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소비층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김병도 서울대 교수는 ‘도전력’이라는 책에서 “젊음은 자신이 하는 일 중 새로운 과제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결정된다. 신체적인 나이가 아니라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새로운지,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자주 습득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과제에 얼마나 자주 도전하는지에 따라 젊음이 결정된다”고 했다.

나이로 젊음의 기준을 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이가 어려도 늙은이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많아도 젊은이처럼 패기 넘치는 사람이 있다. 뉴 식스티는 청년 같은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청춘의 멋을 가진 사람이다.

◆멋을 아는 사람들= 지금 60대의 젊은 시절은 언제였을까. 가장 패션에 민감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의 20대는 아마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가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적 상황으로 봤을 때 한마디로 힘든 시기였다. 개발과 성장이 미덕이었던 이 시대는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했다. 그러니 패션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을 듯한데 20대는 예외였다.

1970년대 패션은 상당히 화려했다. 패션리더들이 입었던 미니스커트, 핫팬츠 등은 세련됨을 넘어서 과감했다. 요즘 20대가 입어도 될 정도로 패션감각이 살아 숨 쉬었다. 이에 대해 패션계에서는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진 히피문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한다. 요즘처럼 당시 대학생들에게서도 미니스커트와 청바지는 가장 인기 있는 패션아이템이었고 이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자유주의와 히피로 대변되는 청년문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미니스커트, 장발 등을 경찰이 단속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사회적으로는 폐쇄적이고 그리 풍요롭지 않았지만 20대는 서구에서 들어온 새로운 문물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 열광했다. 이들이 지금 60대가 되었으니 패션부터 다양한 생활문화에서 기존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1970~80년대 경제성장기 때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한국경제를 이끈 주역이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아파트 호황기를 누린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 여력을 갖춘데다 퇴직으로 시간적 여유까지 가지게 됐다. 그러니 자연히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한국 연예계를 이끄는 뉴 식스티=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배우 유동근과 호흡을 맞추며 남다른 커플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장미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58년생으로 올해 60세인 장미희는 60대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미희 때문에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한 팬(57·대구 동구)은 “젊었을 때도 예뻤지만 지금은 그 시절과는 다른 멋을 보여준다. 60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으로 장미희처럼 곱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늙는 것이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60대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촉촉한 피부를 자랑하는 장미희는 지난해 한 화장품 전속모델이 됐다. 또 최근 패션잡지 화보에서도 시크한 쇼트커트 헤어스타일과 어깨 라인이 드러난 의상으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장미희만이 아니다. 올해 조용필&위대한 탄생 5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68세의 조용필을 비롯해 최백호(68), 안성기(66), 양희은(65), 이수만(65), 배철수(65), 김창완(64), 손석희(61) 등은 모두 60대다. 뉴 식스티의 파워는 한국방송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유행에서 민감한 영화, 방송, 드라마, 대중음악, 연예기획사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중심축 역할을 든든히 해나가고 있다. 한물간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에 오랜 세월의 연륜까지 더해 그 분야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문화계에서 활약 두드러져= 대구지역 문화계에서도 뉴 식스티의 활약은 눈부시다. 주요 문화시설이나 기관에 60대의 수장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최현묵 관장, 대구미술관 최승훈 관장,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선주 대표, 대구콘서트하우스 이형근 관장, 동구문화재단 문무학 대표, 행복북구문화재단 이태현 대표, 강정선 대구무용협회장 등도 60대로, 파워풀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중심이 돼 현재 대구의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기획 및 진행되고 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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