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김영사·2017·619면·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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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38면   |  수정 2018-05-25
神→인간→데이터 중심적 세계관 이동…“인간도 밀어낼 수 있는 기술종교”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김영사·2017·619면·22,000원)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김영사·2017·619면·22,000원)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교수인 저자 유발 하라리는 참으로 현대인답게 유튜브를 통해 세계사 강의가 알려지면서 급속히 주목을 받았고,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곧이어 600면이 넘는 새로운 책 ‘호모 데우스’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인류의 미래와 인간이 신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상황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 인간은 기아·역병·전쟁의 커다란 숙제를 극복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봤다. 이에 대한 근거로 유발 하라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테러·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숙제였던 기아·역병·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에서 이렇게 벗어나자 인간은 생존의 투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질적인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호모 데우스’로 진화하려고 발돋움한다. 여기서 데우스(그리스어로 Theos)는 성경에 나오는 전지전능한 완벽한 신(God)이라기보다 그리스적 신, 즉 죽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신에 가깝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원시의 자연채취 상태에서 벗어나는 사피엔스의 농업혁명과 놀랍도록 닮았다고 주장한다. 농업혁명 이후 인간은 종교를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렇게 한동안 우리 인간은 신들의 지배 속에서 살았다.

그 후 인류는 과학혁명을 통해서 신도 침묵시켰다. 과학혁명을 통해 신을 인간으로 대체한 인본주의가 탄생되고, 유신론자들이 신을 경배하는 반면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을 경배했다.

전통적인 종교에서는 돼지와는 달리 사피엔스만이 불멸의 영혼을 가졌고, 오직 사피엔스만이 의식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오늘날 과학적 정설에 의하면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뇌 속의 전기활동의 결과라는 것이고 사피엔스의 블랙박스를 열어 그 안에 영혼, 자유의지, 자아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피엔스는 언어라는 탁월한 무기로 상상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전달할 수 있어서 마침내는 뇌 구조를 파악해 인공지능까지를 만들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4대 1로 완파하고 커제를 이겨 더 이상 인간과 시합하지 않기로 선언한 사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다.

혹자는 인간의 마지막 영역은 예술이라고 말하며 예술만은 컴퓨터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작곡을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가를 묻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새로운 미래의 종교는 실험실에서 탄생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기술종교들은 알고리즘과 유전자를 통한 구원을 약속함으로써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몸과 뇌를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성공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마음’을 잃게 될 것이어서 결국에는 인간을 다운그레이드할 것이라 전망한다.

그 새로운 기술종교는 데이터교가 될 수 있다. 데이터교는 우주는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뤄져 있고 어떤 현상이나 실체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데이터교도들에게 내려진 첫 번째 계명은 ‘가능한 많은 매체와 연결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데이터 흐름을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18세기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이렇게 신을 밀어냈다. 이제 21세기의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두렵지 않은가. 망설이지 않고 데우스로 진화하는 사피엔스의 끝없는 욕망이.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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