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있으나마나’ 줄이지 않는 일회용컵

  • 박광일
  • |
  • 입력 2018-05-26 07:16  |  수정 2018-05-26 10:21  |  발행일 2018-05-26 제8면
커피점 당연한 듯 일회용컵 사용
“손님도 무겁다며 머그컵 거부해”
소비자 의식 수준부터 높아져야
20180526
지난 24일 찾은 동성로 한 커피전문점. 손님 대부분이 매장 안에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이날 전국의 커피프랜차이즈 및 패스트푸드 업체와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실효성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사이즈는 뭘로 드릴까요? 멤버십 카드는 없으세요?”

지난 24일 찾은 대구 동성로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손님이 주문하자 당연하다는 듯 이내 커피가 일회용 컵에 담겨 나왔다. 점원은 멤버십 가입 여부만 물어볼 뿐 일회용 컵과 머그컵 둘 중 어디에 음료를 담을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기자가 10분 동안 카운터 근처에서 지켜봤지만 손님이 올 때마다 똑같았다.

매장 2층으로 올라갔다. 10여개의 테이블에 손님 20여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일회용 컵에 든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보통 특별한 주문이 없는 한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근처 다른 커피전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어느 매장에서도 머그컵이나 유리잔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벌어진 이후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재활용품 폐기물 관리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상당수 커피전문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장 안에서 여전히 일회용컵을 내고 있다.

1994년 개정된 재활용촉진법에 따라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는 일회용 컵을 제공해선 안된다. 매장 면적에 따라 처음 적발되면 5만~50만원, 1년간 세 차례 적발 땐 30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전국 지자체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다시피 해 관련 법 규정이 사문화한 실정이다. 대구도 지난해 매장 내 일회용 컵 단속 건수가 11건, 과태료 부과액수는 겨우 4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지난 24일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 21곳과 자발적 협약을 맺어 매장 내에선 다회용 컵을 우선 제공하고, 텀블러 등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과 협약이 매장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구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에게 관련 규정대로 머그컵을 제공하면 ‘무겁다’면서 일회용 컵에 다시 담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계몽에 나서지 않으면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환경부의 이번 재활용품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각 구·군별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대책에 따른 세부지침이 마련되면 그에 따라 일회용품 줄이기 홍보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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