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화제] 순천향구미햇살아이지원센터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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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6 07:39  |  수정 2018-05-26 07:40  |  발행일 2018-05-26 제10면
국내서 유일 무료 심리검사·치료…13년간 아동학대 재발방지 노력
20180526
햇살아이는 기관 협약과 새로운 자원 발굴을 통해 아동·부모 정신건강 서비스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순천향구미병원 제공>

배용이씨 유산·기탁금 재원
치료·방문 등 원스톱 지원


“또다시 나쁜 짓 할지 모르니까 네 손목을 자를 거야.” 얼마 전 순천향구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던 어린이가 내뱉은 말이다. 부모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에도 없지만 아이는 “그때 칼을 들고 내 손목 자르려고 했잖아”라고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화가 난 부모가 자녀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자녀에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은 것이다. 어린 자녀를 위협하거나 협박하는 말을 비롯해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태도,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 다른 형제와 차별적인 대우, 자녀 앞 부부 간 폭력, 자녀를 집 밖으로 내쫓는 행위 모두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순천향구미햇살아이지원센터

학대받은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검사는 물론 치료까지 해주는 국내 유일의 비영리민간단체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순천향구미햇살아이지원센터’(이하 햇살아이)다. 이곳은 2006년 12월 타계한 고(故) 배용이씨가 남긴 재산 6천200만원과 순천향구미병원의 기탁금을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말기 위암 판정을 받은 배씨는 2개월간 투병하면서 순천향구미병원의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의 헌신적 도움을 받고 삶을 편안하게 마감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복지사업에 써달라며 2005년 순천향병원에 기증했다.

올해로 13년째인 햇살아이는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초점을 둔 통합적 아동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 원스톱 통합 지원을 통해 신체적 외상 지원(의료비)·정신적 외상 지원(심리치료)·부모 교육·찾아가는 가정방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햇살아이는 구미시청·경찰서·학교·주민센터·아동보호전문기관·아동복지시설·지역아동센터·드림스타트 등에서 의뢰한 햇살아이 사업을 맡고 있다.

◆아동학대 해결 대표적 사례

얼마 전 햇살아이가 해결한 아동학대의 대표적 사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학습과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A어린이가 코를 킁킁거리고 항상 피곤함을 호소한다는 사실이 햇살아이에 접수됐다. 햇살아이는 공황장애·대인기피증을 가진 엄마를 위해 가정방문을 통해 통합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A어린이의 아버지는 사실상 가정을 돌보지 않고 있었다. 종종 술에 취한 채 귀가한 아버지는 아내와 A어린이에게 욕설을 퍼붓고 잠도 재우지 않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력까지 휘둘렀다. 상습 가정폭력 피해자인 A어린이의 엄마도 사회생활과는 담을 쌓아 집 밖으론 아예 나가지 않았다. 아이가 심각한 아동학대 환경에 놓여 있었던 것. 햇살아이는 즉각 병원 의료팀·변호사·지역아동센터·심리치료센터 관계자와 솔루션 회의를 갖고 건강정밀검사를 비롯해 치료·심리검사를 시작했다. 이혼을 원하는 A어린이 엄마의 뜻에 따라 법률자문을 통해 이혼 소송을 지원해줬다. 현재 A어린이는 햇살아이가 연계한 기업체의 도움으로 마련한 안전한 곳에서 긴급 생계 지원을 받고 있다. 햇살아이는 엄마의 자활을 위해 심리 치료·부모 양육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김태우 햇살아이 대표(순천향구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아동 보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어른들의 숙제”라면서 “취약·위기 가정의 어린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미=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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