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정신분석과 불교의 심리학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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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6   |  발행일 2018-05-26 제17면   |  수정 2018-05-26
서양의 정신분석과 불교의 심리학
프로이트의 의자와 붓다의 방석//액셀 호퍼 외 지음/ 윤승희 옮김/ 생각의 길/ 352쪽/ 1만9천800원

책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프로이트와 붓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불교와 정신분석의 목표는 같다.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이다. 차이점은 방법이다. 정신분석가는 의자 뒤에서 환자의 말을 듣고, 불교 수행자들은 방석에 앉아 명상을 한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유연상, 일정한 거리를 둔 주의집중이 두드러진 반면 불교에서는 명상에 의존한다. 이 책은 정신분석을 통해 무의식, 불교적 성찰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탐구한다. 동양과 서양을 관통하는 최고의 심리학적 논의가 담겨 있다.

정신분석과 불교는 마음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집착’이 얼마나 큰 장애를 일으키는지를 깨닫게 된다. 불교도 정신분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심리학이다. 흥미로운 점은 불교를 다룬 학자들이 모두 서양인이라는 데 있다. 불교, 특히 선(禪)불교에 대한 깊이가 상당하다. 서양학자들이 풀이한 무상, 무아의 개념이 놀랍기도 하다.

미국 뉴욕에서 명상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정신분석학자 세라 웨버는 ‘정신분석과 불교는 어떻게 고통의 문제를 다루는가’에서 “정신분석과 불교는 모두 일상의 고난이라는 입구를 통해 고통의 소멸로 나아가려 한다. 두 가지 모두 고통의 중심에 있는 비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라고 요구한다. 정신분석은 불교에 다차원의 로드맵을 보여주고, 불교는 명상을 통해 정신분석이 인식하는 것보다 현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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