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긴장과 경쟁, 압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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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8 07:59  |  수정 2018-05-28 07:59  |  발행일 2018-05-28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긴장과 경쟁, 압박감

1학기가 절반이 지나간 시점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상담을 하다보면 활력을 잃은 학생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한 쪽은 ‘긴장, 경쟁, 불안, 압박’ 같은 어휘를 많이 사용하고, 다른 한 쪽은 ‘무기력, 권태, 게임 중독’ 같은 어휘를 자주 구사한다. 전자는 성적 향상을 꿈꾸며 더 나아지고 싶은 의욕과 욕심을 가지고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뜻대로 안 되니 늘 긴장되고 불안해 잠도 잘 못 자고,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후자는 공부를 하긴 했는데 기대만큼 성과가 없고, 앞으로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도 희망도 없으니 모든 일에서 의욕을 상실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에겐 매사가 시들하고 흥미가 없으며 생활 자체가 무기력하고 권태롭다.

항상 긴장된 생활을 하면서 지나치게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우리 사회가 전형적으로 결과 중시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력하고 애쓴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곳에서는 절대다수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격려와 악담을 구별 못하는 사람들, 꾸중과 간섭이 관심의 증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부모들이 “공부하지 않으면 시험에 떨어지고, 시험에 떨어지면 네 인생이 힘들 것”이라며 위기감을 조장해 자녀를 분발하게 하려고 한다.

감당하기 힘든 위기론은 폭력이다. 지나친 위기의식과 불안감은 인간의 모든 잠재 능력을 파괴하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다고 생각할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게임이나 오락에 빠져 당면한 고통을 일시적으로 잊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지나친 긴장과 불안도 문제 되지만 권태나 무기력감 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정상적으로 무한 경쟁을 강조하면서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경쟁과 압박은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예전에 엘튼 존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작사가 버니 토핀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토핀은 오히려 급박한 상황에서 창의력을 잘 발휘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단련시키려는 목적으로 그가 자신에게 가하는 강한 압박은 다른 창작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치를 떨 정도였다. 토핀은 이따금씩 ‘지금 빨리 생각해내! 그렇지 않으면…’이라고 재촉하며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권총이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작가이자 교육자인 토드 사일러가 쓴 ‘천재처럼 생각하기’의 한 대목이다.

경쟁은 학습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삶을 보다 생기있게 만들 수도 있다. 질투심도 경쟁심의 부산물일 수 있다. 때론 질투심조차도 사람을 진보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정에 충실한 생활을 해나가면 언젠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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