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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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8   |  발행일 2018-05-28 제30면   |  수정 2018-05-28
재직중인 DGIST와 현풍선
미국인 자주 만나지 못해도
스스로 노력하고 운도 좋아
답답하거나 외롭지는 않아
주민도 열린 마음 가져주길
[아침을 열며]  커뮤니티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얼마 전 미국에서 온 한 한국인 교수가 특별세미나를 위해 DGIST를 방문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 그 교수는 저와 얘기 도중에 “커뮤니티(community)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교수에게 캠퍼스에 사는 몇몇 교수들과 근처 사찰이나 명승지를 찾는 그룹에 끼어 있고, 길고양이들과 유기견 한 마리를 돌보는 그룹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그 교수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다른 미국인들과 종종 만나 영어로 대화하며 한국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나눌 그룹이 있느냐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DGIST에는 저를 포함하여 세 명의 미국인이 있습니다. 저희는 각자 일로 바쁘고 가족이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해 커뮤니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50~60명의 학생들, 연구원, 초빙교수들도 있는데 모두 영어를 제2 외국어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 직업상 또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며 학교 행사 때 종종 만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풍면에는 미국인이 드물어 제가 자주 이용하는 8번 버스기사들도 저를 보면 목례를 합니다. 이따금 현풍 장날에 버스 타고 가서 팥떡도 사고 여러 가지 나물, 막걸리도 사고 구두도 수선해 옵니다. 그래서 제가 거래하는 현풍시장 상인들도 저의 커뮤니티 구성원입니다.

제가 1970년대 초반 전남 화순에 미평화봉사단으로 왔을 때 마을에는 단 한 사람의 외국인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영국 옆에 있는 아일랜드(Ireland)에서 온 가톨릭 신부님인데 본국을 떠난지 너무 오래돼 영어를 다 잊어버려 제가 그분을 처음 뵈러 신부관을 찾아갔을 때 영어로 대화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신부님은 전라도 사투리를 아주 잘하셨고 저는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 한국어가 서툴었습니다. 특히 사투리를 못해 그분과의 대화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신부님을 가끔 장날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허리를 굽혀 “안녕하시지라우”라고 인사를 하며 몇마디 건네면 옆에서 듣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신부님은 커뮤니티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제가 속한 다른 커뮤니티는 하숙집 가족, 보건소 직원들, 마을 다방 사람들, 장날에만 여는 목욕탕 그리고 날마다 다녔던 태권도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개인적으로나 그룹으로 연관된 사회적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라든지 향우회, 초등학교 동창모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은 대륙이 넓고 직장 따라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성장기에 매우 중요한 친우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대학동창회는 종종 있으나 한국만큼 활발하거나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로 편히 대화하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1966년부터 1981년까지 한국에서 일했던 미 평화봉사단 친구들인데,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서로 연락을 하고 있고 또한 동창회 비슷한 실제 모임을 미국이나 한국에서 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하순 미국 전역에서 오는 봉사단 친구들이 로스앤젤레스에 모여 동창회를 갖습니다. 저희들은 로스앤젤레스 한국타운에 위치한 한국인 교포가 소유한 호텔에 묵으며 한국식당에서 식사하고 찻집도 가고 한국영화관에서 한국영화도 볼 예정입니다.

저는 DGIST와 현풍면에 좋은 커뮤니티가 있어 소외감을 느끼거나,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거나 외롭지 않습니다. 제가 운도 좋고 저도 노력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경북·경남 등 한국전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며느리 및 사위를 가진 가족, 영어교사, 탈북민 등 문화와 언어 차이에서 오는 그들의 어려움과 소외감 등을 이해하여 그들을 우리 커뮤니티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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