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정복한 ‘배틀그라운드’…올해 한국 게임수출 6兆 시대 연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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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31 07:39  |  수정 2018-05-31 10:15  |  발행일 2018-05-31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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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된 지 1년이 갓 넘은 신생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선전하고 있다. 세계적 흥행을 기록하면서 주요 수출 품목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침체에 허덕이던 PC용 부품 시장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새롭게 내놓은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의 성장세를 견인하는데까지 한 몫을 하고 있다. 게임 산업 수출과 PC 업그레이드 수요를 일으키며 IT 업계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PUBG: PlayerUnknown’s Battlegrounds)’, 일명 배틀그라운드다. 지난해 3월24일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됐고 한국에는 같은 해 카카오에서 12월21일 정식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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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서 펼치는 전투게임
출시 13주 만에 매출 1억 달러
전체판매량 50% 북미·유럽차지


개발사 블루홀 매출·영업이익
지난해 6천665억·2천517억원
시가총액 5조원대로 20배 껑충


고사양 게이밍PC 시장도 활기


◆개발사 시가총액 20배 상승

게임회사 블루홀이 개발·유통한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지역에서 생존을 위해 다른 플레이어와 사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슈팅 게임이다. 100명의 게이머가 한 게임에 참가해 지역 곳곳에 떨어진 무기를 이용해 다른 게이머와 싸워 최후의 생존자가 돼야 한다. 게임을 시작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피해를 주는 자기장이 좁아지고, 안전 지역이 점점 줄어들면서 플레이어 간의 전투를 유도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설정은 2000년 만들어진 소설 원작 영화 ‘배틀로얄’ 또는 ‘헝거게임(The Hunger Game)’과 비슷하다. 배틀로얄은 개봉 당시 친구간 살인극을 다뤄 논란이 됐으나, 온라인 게임이란 가상현실에서는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블루홀은 게임 출시 13주 만에 매출 1억달러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PC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만 4천만장이 넘는 누적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9월 스팀에서 국내게임 최초로 동시접속자 111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달성한 기록이다. 심지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분유료화가 아닌 유료 패키지 판매이며, 정식 출시도 아닌 상태에서 일궈낸 성과였다. 좁은 내수 시장보다 세계 시장부터 노린 전략이 배틀그라운드가 큰 인기를 얻은 요인으로 꼽힌다.

스팀은 PC게임을 즐기는 전 세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동시접속자수 111만명은 스팀으로 유통된 글로벌 게임을 통틀어 역대 2위 기록이다. 국내 게임의 동시접속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사례는 중국에서 인기를 끈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국산게임 중 단일 플랫폼에서 1천만장을 판매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에서 1천만장을 판매하는 게임은 3년에 한 번꼴로 나올 만큼 드물다.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게임의 전 세계 판매량이 1천100만장이었다. 스타크래프트의 흥행 실적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미다.

적자에 허덕이던 개발사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으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2016년 매출 약 514억원, 직원 수 300여명이던 블루홀은 지난해 6천665억원의 매출을 올려 2천5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만 13배 상승한 것이다.

기업가치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 초 장외시장에서 평가하는 블루홀의 시가총액은 5조원대로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인 지난해 3월 대비 20배 이상 뛰었다. 대기업인 삼성중공업·한화케미칼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 게임 개발자들에게 1인당 최대 50억원씩의 성과급을 지급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배틀그라운드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20여명에게는 10억~50억원씩 지급하고, 게임 출시 뒤 입사한 일반 직원 300여명에게도 평균 3천만원 정도씩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상승세의 끝이 안 보여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한국 게임 수출 상승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게임 수출액이 2016년보다 9.3% 늘어난 37억7천만달러(약 4조1천100억원)에 달한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국내 전체 콘텐츠 수출액(67억4천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6%로 1위를 유지했다.

이 중 배틀그라운드의 수출이 눈에 띈다. 배틀그라운드는 전체 판매량의 50%(약 4천500억원)를 북미·유럽 시장에서 올릴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았다.

업계는 배틀그라운드 등의 인기가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한국 게임 수출액은 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한류 대표 상품인 화장품(2017년 기준·5조3천500억원)을 제칠 뿐 아니라 수출 품목 순위에서도 컴퓨터와 석유화학 원료에 이어 15위권과 맞먹는다.

배틀그라운드 돌풍은 고사양 게이밍PC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PC용 ‘DDR4 4Gb 512Mx8 2133㎒’의 평균 계약가격(고정거래가격)은 1분기 3.81달러로 전분기 대비 6.12% 올랐다. 1년 전에 비해 38.5%나 가격이 상승했다. 국내 대표 전자제품 판매처인 용산상가, 인터넷 사이트 ‘다나와’ 등에선 D램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2년 전에 4만~5만원대에 판매되던 8GB 램은 현재 최저가 기준으로 검색해도 9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카드 역시 품귀현상을 빚어 중고품이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수요도 증가세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 ‘CES 2017’에서 게이밍 노트북이 큰 관심을 얻었다.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에이서는 한화로 약 1천71만원의 초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프레데터 21X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 규모의 PC 제조사 레노버도 새로운 게이밍 PC 브랜드인 리전(Legion)을 발표했다. 판매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인텔은 G마켓, 옥션, G9 등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행사 일주일 동안 게이밍 노트북 3천500대를 팔아 36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잇따라 게이밍 노트북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부터 오디세이 시리즈를 시작으로 게이밍 PC 시장에 뛰어들었고, LG전자 또한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을 출시했다.

이는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 인기에 기인한다. 과거 온라인 게임들은 PC 사양에 크게 민감하지 않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사양이 높아 기존 PC사양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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