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그릿(GRIT)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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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6   |  발행일 2018-06-06 제23면   |  수정 2018-06-06

그릿이라는 단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앤절라 더크워스 교수가 2013년 강연을 통해 소개한 이후 명성을 탔다. 그릿은 더크워스 교수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그릿을 점수로 매긴 것을 그릿지수라고 한다. 인간이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마무리짓고 그 이후에도 계속 밀어붙이는 끈기·열정·집념의 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흔히 아주 작은 물방울이 큰 바위에 오랫동안 떨어지면 결국 바위에 구멍이 생기는 것에 그릿지수를 비유한다. 바위에 구멍을 내는 근원적 에너지는 작은 물 한 방울이 가진 힘이 아니라 바위에 떨어진 물의 횟수 때문으로, 그것이 그릿이다.

인간이 가진 끈기의 힘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1940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생 130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체력 검증을 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최고 속도의 러닝머신에서 5분간 뛰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학생들의 열정·끈기·집념 등을 측정하기 위한 높은 강도의 뜀박질 탓에 5분을 버틴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뒤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직업, 연봉, 삶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은 5분 이상 뛴 학생들이었다. 인간의 한계라고 느낀 순간까지 한 걸음이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던 학생들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실험이었다. 당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가장 큰 공통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지속적인 꾸준함으로 우리말로는 끈기라는 것이다.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려는 목표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도 표현한다. 더크워스 교수는 그릿을 통해 성공을 결정하는 진짜 열쇠는 지능, 성격, 외모, 경제적 수준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끈기와 엄청난 역경과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능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16년 그녀가 쓴 그릿은 단숨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6월의 뜨거운 날씨에도 답답한 교실과 강의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은 물론 경기불황으로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도 그릿을 권하고 싶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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