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안타까운 죽음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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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8   |  발행일 2018-06-08 제23면   |  수정 2018-06-08

예전에는 고시 같은 큰 시험공부는 절에서 하는 경우가 흔했다. 세간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인 데다 산의 정기를 받아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약간 세속적인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험 종류에 따라 전문 고시촌이나 기숙학원, 도서관 등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 땀을 흘리는 수험생들이 많다.

인터넷 강의가 일반화된 요즘은 구태여 학원을 찾거나 고시원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적어진 듯하다. 시험을 준비하는 경쟁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상대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불안감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만큼 인터넷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는 때문이다. 형편이 허락되는 사람들은 외국의 휴양지에서 2∼3개월씩 리조트나 아파트 등을 빌려 공부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친구나 선후배, 가족들과의 관계를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측면에서는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대부분의 시험 준비생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며칠 전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실종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숨진 원인이야 어떻든 자신의 꿈을 채 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친 것은 슬픈 일이다. 취업준비생이나 자격시험 수험생들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사회구조가 큰 원인이다. 몇년씩 공부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선호하게 만드는 중소기업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등은 젊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머지않은 세월에 우리나라에 구직보다 구인이 어려워 심각한 구인난이 예상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구직에 목매는 청춘이 많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저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자리에 대한 소망은 크지만 해결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젊은 취업준비생들에게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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