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자원외교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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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9   |  발행일 2018-06-09 제23면   |  수정 2018-06-09

이명박(MB)정부 때의 자원외교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자원외교의 어두운 실체를 보면 기가 막힌다. 알다시피 자원외교는 MB 청와대와 정부가 떠들썩하게 자랑까지 해가며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빈 깡통만 남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다. 더구나 자원외교란 미명하에 허공에 날려버린 돈이 얼마인지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가늠조차 안 된다.

MB식 자원외교로 인한 손실액이 수십조 원가량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이 또한 막연한 추정치에 불과하다. 자원외교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현재로선 정부와 언론에서 간간이 밝혀주는 일부 사실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충격적이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의혹을 파헤쳐 달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 산업부 자체 조사에 따르면 당시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곳은 무려 170개나 되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43조4천억원을 투자해 13조6천억원을 날렸다. 물론 실제 손실액은 산업부가 밝힌 것보다 훨씬 많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더구나 손실을 입은 원인이 너무도 석연찮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건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장 실사도 한 번 없이 4조5천500억원짜리 회사를 덜컥 샀다가 3년 만에 1조6천억원을 날리고 결국 처분했다. 이보다 더 황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광물자원공사는 5조원을 투자했다가 5천억원만 겨우 건져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가스공사 역시 일부 알려진 손실액만 7천억원이다. 그럼에도 해당 공기업 임직원들은 문책을 받기는커녕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책임자는 승진가도를 달렸다니 해괴한 일이다. 더구나 엉터리 자원외교에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동원됐다는 의혹도 무성하다.

물론 자원외교는 필요하고 판단 실수로 간혹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의 자원개발은 실수가 아닌 횡령이 손실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 MB식 자원외교가 ‘혈세낭비’를 넘어 ‘혈세탈취’가 아닌지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연루자들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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