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우동기 교육감님,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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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1 07:49  |  수정 2018-06-11 07:49  |  발행일 2018-06-11 제15면
[행복한 교육]  “우동기 교육감님, 고생하셨습니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20일 뒤면 8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나는 그동안 누구보다도 교육감과 열심히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잘못된 교육 정책에 강한 비판도 했고, 화가 날 때는 욕을 하기도 했다. 나는 당신의 성공이 대구교육의 성공이며,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신이 성공한 교육감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딱 첫 임기 때의 마음으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다면 교사들의 기억에 당신은 좋은 교육감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기억에 당신은 보수와 진보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분이었다. 영남대를 정상화하기 위해 박근혜 재단과 싸웠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총장실에 박정희와 김대중의 사진을 걸어둘 만큼 말이다. 그런 분이었기에 보수의 지지 속에서 당선된 것과는 별개로 당신은 대구교육을 양 날개로 나는 새와 같이 균형과 조화, 협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010년 첫 임기가 시작되면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정책들은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었던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죽음으로 대혼란 속에 묻혀버렸으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싶다.

그 뒤로 대구교육정책은 교육도시, 대구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이런 뼈아픈 임기 초의 압박이 당신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그 부담은 더 나아가 시·도교육청 평가 6년 연속 1등, 청렴도 상향, 학교폭력 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로 만드는 것 등 지나친 성과주의에 당신을 가둬버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은 당신에게 아픈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대구 곳곳에 엠블럼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사실 교사들은 흔쾌하게 동의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더 크게 당신을 압박한 것은 이것이라고 이해한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교육감직을 수행하기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2011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지시사항이 공개되었다. 국정원은 ‘좌파교육감일 경우는 사상이 확실한 부교육감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종북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로 압박하라고 드러났다. 이런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 TF’ 단장을 맡았던 오석환씨를 부교육감으로 받아야 했다. 국정원의 문건과 오석환씨는 지난 8일 교육부로부터 중징계 의결요구와 검찰 수사의뢰를 받았다. 그래도 당신이 선출직 교육감으로서 당당하게 임하기를 기대했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라 이해를 한다. 지금 구속되어 있는 이명박과 박근혜정부 아래에서, 그것도 보수의 심장이라는 지역 교육감으로 얼마나 고단하게 보냈을까 싶어 당신 탓만 하기엔 지나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잘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만약 당신이 수도권이나 영남의 다른 교육감이기만 했어도 교사들의 존경을 받는 멋진 교육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선비는 나아감과 물러섬을 분명히 하고, 그침과 사양함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3선 당선이 확실함에도 물러남을 선택한 덕분에 대구교육계는 두 번째 선출교육감을 맞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당신께서 이제 ‘보수의 심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대구교육계의 어른으로 남으시길 바란다. 당신이 품었던 순수한 행복교육의 꿈을 이제는 후배들이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선배로 계시기 바란다.

이제 대구교육이 미래교육에 걸맞게 조율되기 바란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노래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처럼, 6·13 선거 이후 대구도 변하고 대구교육도 혁신되어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학교로 제자리로 돌아간 아름다운 풍경이 되면 좋겠다. 8년 교육감 동안 이루어낸 성과를 정리하고 아울러 정치권력에 갇힌 한계와 극복하지 못한 오류까지 드러내어 대구미래교육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는데 역할을 한다면 나도 기꺼이 함께 토론하고 지혜를 보태고 싶다.

우동기 교육감님, 드릴 말씀이 많지만 지면이 여기까지여서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8년간 어려운 조건에서 대구교육을 위해 봉사하느라 참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는 자유로워지기 바랍니다. 퇴임하기 전에 교육감실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회포라도 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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