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널리 사례를 모아 넓게 그 뜻을 찾는다(旁采博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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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1 07:57  |  수정 2018-06-11 07:57  |  발행일 2018-06-11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널리 사례를 모아 넓게 그 뜻을 찾는다(旁采博求)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세벌대 기단, 굴도리집, 겹처마, 팔작지붕, 5량 가구, 불발기…’에 대해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내에 있는 전통가옥 ‘침류각’의 안내판에 기록돼 있는 내용이 현실적이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사실 문맥을 살펴 연결하지 않고는 뜻이 어렵습니다.

머릿속에서 언뜻 소설 ‘미망’에서 ‘세벌대 높은 댓돌 위에 나는 듯 앉아 있는 안채…’라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세벌대 기단’은 ‘아하! 집 짓는 토대를 3번 켜켜이 쌓았구나’하고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팔작지붕, 겹처마, 불발기’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떠올리니까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무량수전(팔작지붕), 내소사 대웅보전 꽃 창살무늬(불발기)…로 나름대로 쉽게 엮어보았습니다. 또 ‘도리’를 알면 ‘굴도리’를, ‘가구(架構)’는 ‘시렁을 얹은 구조물’로 유추해 보았습니다.

성호 이익은 근본이 되는 취지를 탐구하기 위해 ‘방채박구(旁采博求)’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방채박구(旁采博求)’는 ‘널리 사례를 모아 넓게 그 뜻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성호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경전의 문구에 매달려 외우고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 ‘옛 성현들은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하는 진지한 물음을 갖고 캐 들어가는 회의정신(懷疑精神)으로 일관되게 학문을 탐구했습니다.

그래서 성호는 ‘의심을 하는 것은 그 의심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마음에 품었던 것입니다. 사서삼경에는 본문의 뜻을 설명한 주석서나 주해서가 있습니다. 그것은 본디의 뜻이 아니고 공부하는 사람을 이끌어 그 길의 맥을 안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성호는 목적지에 도달하거나 마음으로 통달하는 것은 오직 ‘공부하는 사람의 몫’이라 했습니다. 주자도 ‘의심을 적게 하면 적게 진보하고, 의심을 크게 하면 크게 진보한다’고 했습니다. 성호의 회의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성호가 마음을 쏟은 것은 근본이 되는 취지를 널리 증명해 객관적 설득력을 갖도록 하는 ‘방증(旁證)’입니다. 이 방증은 어떤 일의 진위를 밝혀주는 간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성호가 말하는 방증은 ‘생각을 깊게 했는가? 널리 사례를 찾았는가?’의 철저한 검증입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성호의 ‘방채박구(旁采博求)’는 현재 각종 보고서의 형식에 ‘필요성, 목적, 방법, 결과검증’을 거치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결과를 여러 방법으로 검증해 미흡할 경우 송환(피드백)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그렇습니다. 성호는 철저하게 현실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고, 그 폐단의 원인을 찾아 치유책을 찾았던 듯합니다. ‘소소한 이야기’인 ‘성호사설(星湖僿說)’의 기록이 그 예입니다.

공부란 ‘왜, 무엇을, 어떻게 했나’의 방법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 ‘널리 사례를 모아 넓게 그 뜻을 찾았는가’를 꼭 방증(검증)해야 합니다. 방증 후엔 반드시 반성이 필요합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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