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연재해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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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1 08:11  |  수정 2018-06-11 08:11  |  발행일 2018-06-11 제24면
[문화산책] 자연재해와 대책
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우리나라와 상당히 먼 중남미의 과테말라에서 폭발한 화산 관련 소식이 외신으로 간간이 전해지고 있다. 계속 집계중이지만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분화한 화산은 ‘볼칸 데 푸에고’라 불리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불의 화산’이란 의미이며,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에서 45㎞ 정도 거리에 있다. 그리고 이 화산 인근에 경주시와 유사한 ‘안티구아’란 유명한 거점도시가 있다.

친한 친구가 안티구아에 살고 있어 카톡으로 현지 소식을 바로바로 전해 듣고 있다. 또한 영남일보 ‘문화산책’에 실리는 필자의 프로필 사진이 바로 안티구아의 중앙광장에서 찍은 셀카이기도 하다. 이 도시는 1541년부터 1776년까지 과테말라의 수도였지만, 1773년에 있었던 큰 지진과 이어지는 몇 번의 지진으로 당시 식민지배자들이 지금의 수도로 옮겨가게 되면서 버림받는 도시가 됐다. 현재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 도시의 이름 안티구아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으로 ‘낡은’ 혹은 ‘옛날’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복원되면서 1979년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정도로 스페인 식민지시대 초기의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과테말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분화한 화산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화산재만 많이 날아오는 정도여서 이 도시에선 인명피해나 문화재 손실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한다.

이번 화산폭발로 자연스레 2년 전에 있었던 경주 지진이 연관돼 떠오른다. 또 작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엔 그곳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가족을 데리고 잠시 필자가 사는 곳으로 피신을 오기도 했다. 아마도 최근의 경험 때문인지 우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재해에 민감해져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상이 느껴지면 더욱 긴장하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자연재해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신뢰할 만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생각에선지 아니면 벌써 시간이 반 년 이상 지나서인지 모두 지나간 일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필자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지역 지자체에 출마한 후보자 누구도 자연재해와 관련한 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인물이 없는 것 같다. 일이 닥쳤을 때만 요란하게 떠들다가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는 것이 바로 후진국의 모습이란 것을 우리 정치인들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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