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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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1   |  발행일 2018-06-11 제30면   |  수정 2018-06-11
자치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중앙정치가 6·13地選 지배
지방자치 자체의 동력 제한
여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경쟁적 민주주의 약화 초래
[아침을 열며]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지방선거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6·13 지방선거가 이틀 남았다. 17명의 시·도지사를 비롯해 2천927명의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4천16명의 주민 대표를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12명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동시에 실시한다. 선거는 기존 대의권력을 평가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대의제의 핵심과정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관건도 역시 제대로 된 평가와 더 나은 미래 선택의 가능성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선거지만 중앙정치와 상호작용한다. 지방정부의 운영이나 지방정치 세력이 중앙정치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 지방자치의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중앙정치가 과도하게 지배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지방정치 환경은 중앙집중의 한국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차원에서 보자면 선거과정을 주도하는 정당정치가 완전히 중앙집중화돼 있다. 지방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법적·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없다. 기성 거대 정당 순으로 특권을 주는 우리나라 정당정치 제도는 지방선거도 결국 중앙정당에 의존하게 만든다.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돼 있다. 더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는 여당 지방선거 후보들의 중요한 선거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알다시피 여당 후보들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른바 ‘문재인 마케팅’을 했다. 야당은 높은 국정지지도 이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당에 맞서고 있다. 또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자치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시기까지는 야당의 맞불이 그렇게 효력을 보지 못한 듯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하기도 한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시적인 혁신 조치를 하지 못했고, 홍준표 대표 체제는 보수당의 안정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지 못했다. 거대 양당의 한계 속에서 제3당으로 등장했던 세력들은 향후 진로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집권여당도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기댄 집권여당 프리미엄으로 만들고 있는 지지율이다. 결국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약세 야당이 이번 6·13 지방선거 정국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지방선거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중앙정치의 과도한 지방선거 지배 분위기는 지방자치 자체의 동력을 제한한다. 중앙당의 권력이 밀어붙인 무리한 공천 수혜자들이 줄투표로 당선될 소지도 있다. 앞서 지적했던 정당정치의 분권화를 지방분권의 우선 과제로 고민해야 한다. 여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경쟁적 민주주의의 약화 또는 실종 상태를 말한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대안 야당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야당 스스로에 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넘어선 선거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기존 추세라면 2006년 지방선거의 결과가 거꾸로 재현되는 꼴이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완패했다.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에서 전북 1곳만을 당선시켰다. 나머지 모두 야당이나 무소속이 차지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의 25개 구청장 모두를 석권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야당의 약세 분위기다. 공표된 여론조사상으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 야당의 숨은 표가 실제 선거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지, 여론조사 추세가 그대로 이어져 야당이 선거 이후 재탄생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 이틀 뒤 판가름날 것이다. 대구·부산 지역의 상대적으로 낮은 사전투표 참여율도 이 지역의 어떤 정치 상황을 반영한 의미있는 지표였는지도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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