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경의 비극'…중미 남성, 가족과 생이별 후 목숨 끊어

  • 입력 2018-06-11 13:51  |  수정 2018-06-11 13:51  |  발행일 2018-06-11 제1면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서 연방 검사와 치안 담당 관리들에게 "(미국)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를 밀입국시킨 자도 기소하라. 아이들은 법률에 따라 부모와 격리하라"고 '무관용 지침'을 하달했다.
 세션스 장관은 이런 지침을 커스텐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에게도 전달했다.


 미국 국경의 '가족 격리' 지침은 많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스캔들 여파로 세션스와 앙금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가족을 분리하는 정책은 나쁘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런 법무부 지침에 의해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중미 남성이 미 국경의 한 구금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10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온두라스 출신인 마르코 안토니오 무노스(39)는 아내,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지난달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넘어 미 텍사스 주 국경마을 그랜저노로 넘어왔다.


 무노스 가족은 그곳에서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노스는 이틀 뒤 세관국경보호국(CBP) 단속 요원에게 붙잡혀 구금됐다.


 무노스는 법무부 지침에 따라 가족과 40마일(65㎞) 떨어진 텍사스 주 스타 카운티의 교정시설로 압송됐다.
 아내와 어린 아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게 됐다.


 무노스가 교정시설에서 고분고분할 리 없었다. 가족을 찾아달라며 애원하다 난동을 부렸고 결국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교정 당국은 그를 요주의 인물로 분류하고 감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감방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도관은 아침에야 무노스가 숨진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관국경보호국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무노스가 조현병 증세를 보였고 폭력적이었다"면서 "구금자 사망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 권리 확보를 돕는 비영리단체 '레이세스'의 줄리어스 툴리어스 변호사는"가족은 미국에서 보호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분리없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불필요하고 폭력적인 격리는 비극을 낳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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