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보는 핵담판 시나리오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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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2   |  발행일 2018-06-12 제3면   |  수정 2018-06-12
트럼프·김정은 오전9시 첫 만남
전세계 이목집중 ‘세기의 악수’
승부사 기질 두 정상 예측불허
성과 못내면 ‘1분 회담’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회동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의 문을 열고 냉전의 마지막 고리를 끊을 기회가 될 수 있는 비핵화 담판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이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각, 한국시각 10시)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시작되는 만큼 두 정상은 싱가포르 시내 숙소에서 오전 8시30분쯤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각각 묵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은 570m 정도로 인접해 있는 데다 도로가 사전에 통제된 만큼 10분간 달리면 회담장인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 도착할 수 있다. 호텔에 도착한 두 정상은 오전 9시를 가리키면, 회담장으로 나란히 들어서 세기의 악수를 나눌 전망이다. 기 싸움 차원에서 꽉 움켜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악수’가 다시 나올지 관심사다.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순서나 프로토콜(의전)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추측건대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도착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국가 지도자의 상징인 인민복 차림으로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 차림일 것이 확실하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먼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테이블에 앉아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회담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발언은 이날 회담의 전체 성격과 결론을 암시할 핵심 이벤트다. 이미 각자 세밀하게 조정됐을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에 진지한지 아닌지는 1분 이내에 알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시작부터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

통상적인 정상회담 절차에 비추어보면, 모두발언이 끝나면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형식상으로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통역사만 대동한 채 비공개 단독 회담을 진행한 뒤 이후 각각의 참모들이 합석하는 확대 회담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양측 배석자도 관심사다. 미국 측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배석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의 참석도 점쳐진다.

일단 본회담이 시작하면 오찬 및 오후 회담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오전 회담만으로 끝날지가 관건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당일 오후 2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백악관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당일 오후 8시 싱가포르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고려할 때 참모들이 준비한 ‘각본’과 별개로 예측불허의 파격을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와 연계돼 양 정상이 어떤 실천적인 성과를 내놓느냐가 핵심이다. 따라서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종료 때의 표정 역시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결과에 관계없이 두 정상이 미소를 지을 수 있고 형식적인 악수를 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나름대로 서로 만족할 만한 논의를 했다고 판단되면 속내를 감추지 못한 채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 관전 포인트다.

만약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미 예고한 대로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면 ‘1분 만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고 장담한 만큼 이런 돌출 장면이 나온다면 당연히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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