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확증편향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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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2   |  발행일 2018-06-12 제31면   |  수정 2018-06-12

확증편향은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 처음 언급한 용어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을 말한다.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집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사자성어에도 확증편향의 함의가 내재된 단어가 많다. 견강부회(牽强附會)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신의 입장만 우기는 꼴이니 확증편향과 맥락이 같다. 내 논에 물대기란 뜻의 아전인수(我田引水) 또한 자기에게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한다는 의미다. 수석침류(漱石枕流)는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는 뜻이니 이 역시 가당찮게 억지를 부린다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들은 자기 의견만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 말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흔히 인용한다.

눈앞의 유불리만 따져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확증편향은 언론계의 고질이기도 하다. 전체 흐름과 문맥은 무시하고 자사의 논조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편집하고 재단(裁斷)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대통령이 나가라면 주한미군은 나가야 한다”고 말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발언 보도가 그렇다. 이 발언은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서 “한국에 군사주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에게 군사주권이 있다는 취지로 대답한 대목이다. 이걸 차포 다 떼고 주한미군 철수를 부추긴다는 의도로 몰고 갔다.

지난달 말엔 터키의 친정부 언론이 한국을 비하했다. 일간지 아이든륵과 예니샤파크는 한국을 미국의 점령지, 미국의 프로젝트 국가 등으로 왜곡했다. 터키 야당이 터키 발전 모델로 한국을 집중 거론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에르도안 정권의 개가 된 언론이 멀쩡한 나라를 난도질한 형국이다. 확증편향의 폐해는 이토록 심각하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도 확증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관성적 태도에서 벗어나 정당 및 후보 선택의 시야를 넓히는 게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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