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VID 빠진 북미 합의…지난한 비핵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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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3   |  발행일 2018-06-13 제31면   |  수정 2018-06-13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후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 6·25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을 담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는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매우 빠르게 그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해 후속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0년간 적대 관계를 이어온 북미 두 정상이 ‘고요와 평화’의 섬 센토사에서 만난 자체가 빅 이벤트였다. 세계인들이 숨을 죽이고 실시간으로 회담을 지켜봤다. 하지만 북미 공동합의문 내용은 지나치게 포괄적이었고, CVID는 ‘완전한 비핵화’로 대체됐다. 비핵화 기한을 못 박지도, 핵시설 검증·사찰의 대상·방법을 명시하지도 못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 전 “정상회담은 앞으로 이어질 어려운 과정의 틀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비핵화 등의 얼개에만 합의했을 뿐이다. 이는 앞으로의 비핵화 과정이 지난(至難)할 것임을 예고한다. 자칭궈 북경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비핵화 프로세스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 20% 정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토사 북미 공동합의문은 한반도 비핵화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 어차피 비핵화는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마따나 북한의 핵무기·핵시설 사찰과 검증의 디테일을 둘러싼 북미 간의 힘겨루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선언이 백지화된 것도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 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의 돌발 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러 변수가 많을수록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한국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적대관계 청산을 북미 간의 대화에만 기댈 수는 없다. 남북 대화도 함께 성공적으로 병행해나가야 한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강조했다. 끈끈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추동하고 서로 끌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대엔 충족하지 못했지만 북미 공동합의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단초를 마련한 건 사실이다. 긴밀한 한미 공조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최대한 앞당기는 게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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