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욕심의 반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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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5 07:38  |  수정 2018-06-15 07:38  |  발행일 2018-06-15 제16면
[문화산책] 욕심의 반대말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동물원 원숭이에게 사과를 주면 쇠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 그 사과를 움켜쥐지만 움켜쥔 주먹 때문에 쇠창살 안으로 손을 들여 놓을 수 없게 되고 사과도 먹을 수 없게 된다. 욕심의 반대말이 각자 인식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달라이 라마는 욕심의 반대말을 ‘무욕’이 아니라 잠시 내게 머무는 ‘만족’이라고 했다.

“욕심이 사람을 죽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욕심이 과하면 분별력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된다.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탐하고 더 많은 부(富)를 누리기 위해 욕심 부리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삶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매 순간 감사함을 잊어버리기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지혜로운 삶이며 행복한 삶이다.

집도 없이 여기저기 옮겨 살다 더 이상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자 어느 날 아내가 “우리는 참 복 받은 사람들이야. 밥을 굶어? 잠 잘 집이 없어? 사랑하는 자식들 건강하지 뭘 더 바라?”라고 하던 때가 생각난다. 성경에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예수는 집도 절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지만 불평하거나 짜증내는 일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늘 기쁜 마음으로 누릴 것은 다 누렸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이 있다. 감사함으로써 만족해지고 내 안의 욕심이 사라지는 것이다. 무엇인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게 되는 순간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재산과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하게 되면 늘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족을 아는 사람은 비록 내가 가난하다고 해도 감사한 마음이 있다면 부자로 살 수 있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많이 가져도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느냐, 행복하다고 느끼느냐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다. 불만족은 감사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생기게 되는 질투의 마음이다. 만족하는 삶에 대한 기준을 정확하게 ‘이것이다’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의 실천이야말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맞이하라/ 길을 걷는 아이가 흩날려오는/ 꽃잎들을 선물로 받아들이듯/ 꽃잎을 모아 간직하는 일을/ 아이는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에 즐거이 놓인 꽃잎들을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하며/ 새로운 꽃잎으로 손을 내밀 뿐’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생’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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