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트럼프의 비스트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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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5   |  발행일 2018-06-15 제22면   |  수정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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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모습을 드러낸 캐딜락 원. 연합뉴스

작은 동작 하나에도, 말 한마디에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북미정상회담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당일로 끝났다. 이날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회담을 끝내고 건물 밖 정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 리무진 차량 ‘캐딜락 원’으로 함께 걸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스처를 하자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이 캐딜락 원의 문을 열어 김 위원장에게 내부를 보여줬다. 웬만한 성인의 키 높이만 한 이 차량의 별명은 ‘비스트(Beast·야수)’. 전장 5.5m, 무게 9t의 큰 덩치에 어울리게 붙여졌다.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어 브랜드 캐딜락 프레지덴셜 리무진 모델이다. 한 대 가격이 150만달러(약 16억원)로 추정된다. 13㎝ 두께의 방탄유리를 장착한 이 차량은 ‘움직이는 요새’다. 웬만한 총격에 끄떡없고, 급조폭발물과 화학무기 공격에도 안전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차 열쇠 구멍이 없어 백악관 경호원만이 문 여는 방법을 알고 있다. 특수 타이어를 달아 펑크가 나도 수십㎞를 계속 달릴 수 있고, 야간 투시 카메라·최루탄 발사기·소방장치·내부산소공급장치까지 갖췄다. 또 대통령이 부상 당할 경우를 대비해 수혈용 혈액도 적재돼 있다.

문짝의 두께는 무려 20㎝다. 보잉 757제트기의 조종석 문과 무게가 같다. 미국 정부부처와 연결되는 핫라인, 위성전화, 컴퓨터는 기본 사양처럼 갖춰져 있다. 6.2ℓ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만 최대 시속은 알 수가 없다. 경호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캐딜락 원의 모습을 TV 뉴스나 사진으로 본 네티즌은 “내부 한 번 보고 싶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최첨단 기능도 탑재돼 있다는데 타보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차 자랑했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차를 보여주고 타보라고 한 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친밀감의 표현이 아닐까”라며 차량 내부를 김 위원장에게 보여준 의미를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은 같은 외관과 시설을 갖춘 보잉 747기 2대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함께 비행한다. 캐딜락 원도 마찬가지로 쌍둥이다. 공격 타깃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통령을 태우지 않은 ‘미끼’ 캐딜락 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방탄차를 가장 먼저 탄 국가원수는 독일의 히틀러로 알려지고 있다. 1933년 메르세데스-벤츠 770 시리즈 가운데 출력을 높인 770K모델이다. 4㎝ 두께의 방탄유리와 덮개를 씌운 예비용 타이어가 측면에 달렸다. 자동차 마니아인 히틀러는 실업과 경제난 해소를 위해 자동차산업에 매달렸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방탄차를 처음 이용했다. 1939년 12월 벽돌공의 저격을 받은 후 리무진 링컨 컨버터블을 탔다. 2.4㎝의 방탄유리, 방탄 타이어, 경기관총이 장착됐고 12기통 엔진에 무게는 4t으로 육중했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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