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또다시 ‘보수 개혁’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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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6   |  발행일 2018-06-16 제23면   |  수정 2018-06-16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야당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에 그친 안철수 후보는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야당이 졸지에 지도부 공백상황까지 맞게 된 게 자업자득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야당은 위기 타개를 위해 조만간 정계 개편을 시도하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표로써 명령한 것은 야권 내에서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보수 대혁신이란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알다시피 이번 지방선거는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데다 특히 선거 직전에 한반도 평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던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야당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야당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과 대다수의 기초단체장 자리는 힘겹게 지켰지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장 선거에서 패하면서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의원 자리도 민주당에 대거 내주면서 30년간 유지해온 ‘TK 독점’ 체제에 종언을 고하게 됐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방의회의 일부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당선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해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한국당을 필두로 한 보수 야당이 회초리를 맞게 된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민심을 외면하고 시대흐름에 역주행하는 우를 범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잇따라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반성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기득권 유지에만 열을 올렸다. 한국당의 경우 국민의 개헌 염원을 묵살한 것도 모자라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폄훼하면서 고립을 자초했다. 또한 홍준표 전 대표와 일부 국회의원이 야기한 공천파동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보수 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구태를 벗지 못하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음이다. 앞날을 기약하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는 야당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처절한 자기반성과 뼈를 깎는 혁신이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입으로만 하는 보수 개혁은 되레 역효과만 낼 뿐이다. 그리고 여당 역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게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민생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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