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네거티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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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6   |  발행일 2018-06-16 제23면   |  수정 2018-06-16
[토요단상] 네거티브 전략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네거티브 전략을 많은 후보가 들고 나왔다. 이를 두고 우리는 진흙탕 싸움이라고 하며 부도덕하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그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여러 후보가 이런 네거티브 전략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뭘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큰 효과가.

다음 두 사람에 대한 설명을 읽고 각자 두 사람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보자. ‘A: 지적이다 - 근면하다 - 충동적이다 - 고집스럽다 - 질투심이 많다, B: 질투심이 많다 - 고집스럽다 - 충동적이다 - 근면하다 - 지적이다’. 당신은 누구에게 더 호감이 가는가? 두 사람 중 어느 쪽에 더 호감이 가는지 물을 경우, 응답자 대다수는 A에게서 긍정적 인상을 받는다고 답한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서술은 내용은 같고 순서만 다를 뿐이다. 이는 ‘기준점 설정과 조정’이라 불리는 자동사고 과정이 관여되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먼저 접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게 된다. 처음 접한 정보를 기준으로 삼아 뒤따라오는 정보를 재빨리 판단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인데도 호감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이런 자동사고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부시 대통령의 선거 전략가이던 리 애트워터(Lee Atwater)가 사용한 네거티브 전략 가운데 특히 효과가 있었던 것이 범죄를 이용한 분할 정복이었다. 그는 “범죄란 민주당을 쪼개놓기 위해 민주당에 쑤셔 박아야 할 쐐기”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부시가 민주당의 듀카키스에게 큰 격차로 밀리고 있을 때, 듀카키스가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있던 시절에 일어났던 범죄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가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재직할 때 범죄자들의 주말 휴가를 실시했는데, 그중 윌리 호튼이라는 흑인이 휴가를 나가서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애트워터는 윌리 호튼이 무서운 눈으로 CCTV를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시킨 후 계속 듀카키스를 언급하여 둘 사이에 연관성을 가지도록 조작하였다. 결국 윌리 호튼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커질수록 듀카키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같이 커지면서 그는 선거에 지고 말았다. 사실 죄수 주말 휴가제도는 부시가 부통령으로 있던 당시 행정부에서 이미 허가한 제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대중은 정확한 사실보다는 이미지의 연관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먹혀들고 만다.

결론적으로 후보들이 너나없이 네거티브 전략을 들고 나오는 데에는 대중이 분명히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더 잘 기억하며 피하고 싶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네거티브가 항상 이길 수밖에 없는 노릇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이성적인 노력이 조금만 들어간다면 더 나은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네거티브라고 해서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후보의 정치인 혹은 공무원으로서 단점을 노출시키는 순기능도 한다. 단지 우리가 판단을 하는 데 하나의 참고할 사항이 될 수 있겠으나 그것이 선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네거티브에 자극받아 하게 된 선택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네거티브에만 치중하는 후보들에게 비난이 더 쏠릴수록, 그들이 당선에서 멀어질수록 악의적인 네거티브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에 지나치게 반응하기보다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희망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도 선을 넘어선 네거티브나 악의적인 네거티브가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부시의 당선 후 정치적으로 한창 잘나가던 리 애트워터는 그만 뇌종양으로 요절하게 되었다. 그는 죽을 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정치인들과 미국인, 그리고 윌리 호튼에게 사과하는 글을 남겼다.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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