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얘들아 신나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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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08:07  |  수정 2018-06-18 08:07  |  발행일 2018-06-18 제18면
“자유롭게 놀다보면 창의력이 쑥쑥 사고력이 튼튼”
아이들 놀면서 소통·갈등해결 배워
성장에 도움이 되는 놀이 추구해야
놀이 몰입하며 자아정체성 찾기도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얘들아 신나게 놀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시지초등은 올해 대구시교육청에서 지정한 놀이선도학교가 되었다. 놀이선도학교란 놀이를 수업에 적용하거나 온전한 놀이 그 자체를 지향하는 교육을 우선시하는 학교를 의미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생명과 같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서로 간에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이러한 놀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관계 맺기 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아이들의 생존 능력을 위협하게 된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습득되어야 할 놀이가 어쩌다 가르쳐야 할 대상이 된 것일까? 놀이의 사전적 의미를 백과사전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놀이는 생활상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목적이 없는 활동으로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인간 활동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막연한 휴식이 놀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활동이 수반되어야 하며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즐기고자 하는 의지적인 활동이 놀이가 될 수 있다.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저서에 보면 놀이와 관련해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히틀러의 나치 시대가 끝나고 지옥과 같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풀려나게 된다.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고 “당신들은 이제 자유입니다”라는 말을 듣지만, 감옥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오랜 시간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누군가의 명령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좁은 학원에서,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부만 강요당한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박탈은 감옥에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살아간 사람들과 비슷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할까? 놀이에 어떠한 법칙이 있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놀이는 목적이 없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를 두고 제대로 논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스마트폰에 흠뻑 빠져서 게임을 하는 아이는 그 순간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놀이가 아니다. 놀이선도학교에서 추구하는 놀이 교육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놀이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놀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방임과 자유의 차이를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놀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는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코이를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손가락 크기 정도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에서 키우면 사람 팔뚝보다 더 크게 자라고, 강에서 자라면 5~6세 아이 키만큼도 자란다고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할지는 교육 환경에 달려있다. 돈으로 밀어붙이는 교육은 아이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만들고 결국 아이들은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뽀로로의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놀이 자체에 몰입하는 기쁨을 느끼다보면 창의성은 자연스레 발현될 것이다.

집을 지어본 사람이라면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리지 않는다. 집을 지으려면 바닥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멋지고 튼튼하게 지어진 집처럼 우리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기 바란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밑이 좁은 높은 산은 없다. 뾰족하기 만한 산은 탑일 뿐이다. 아이들이 큰 산이 되도록 성장시키려면 공부에 대한 어른들의 사고가 전환되고, 진정한 놀이가 수반되는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다보면 아이들은 뽀로로를 능가하는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인재들이 되어 있을 테니까. 이수진<대구 시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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