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군함도와 우리의 지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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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08:24  |  수정 2018-06-18 08:24  |  발행일 2018-06-18 제22면
[문화산책] 군함도와 우리의 지도층
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지난해 개봉해 꽤 많은 관객이 보긴 했지만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란 논쟁에 휘말려 초반부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뭔가 찜찜하게 스크린을 내린 ‘군함도’란 영화가 있다. 류승완 감독, 이경영·황정민·소지섭·이정현·송중기 같은 유명 배우들이 참여했던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해 비판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영화가 묘사한 것보다 당시 군함도에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겪었던 고초가 훨씬 더 가혹했다. 그런데 영화 속 장면엔 그래도 숨쉴만한 숙소가 주어졌고, 그 가운데 조선인들끼리 모여 노름을 한다든지 조선인이 조선인을 착취하는 모습이 강조됐다. 둘째, 조선인 지도자 윤학철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자신을 믿고 따르던 사람들을 철저히 속이며 배신한 사실을 영화가 너무 부각했다. 윤학철은 그곳에 끌려온 조선인을 위해 일본에 맞서 싸우는 모습으로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았지만, 뒤로는 일본인 대장과 거래해 조선인들의 인건비를 빼돌리고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모습이었다. 즉 비판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본인들의 잘못보다는 우리 내부의 잘못을 더 부각시켜 역사적 사실을 현격하게 왜곡했다는 것이다.

비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가 좀 더 올바르게 역사에 임했더라면 일본한테 그러한 일을 당했을까’라고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진정 백성을 위했다면 일본의 지배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부당한 침략과 잔혹한 행위가 있었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했다는 것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감독은 내부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힘으로 그 상황을 극복해내는 모습도 그려내고 있다. 비록 조선인들이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엔 서로 도우며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구성된 창작품임을 생각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 정부의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문서들이 일부 공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공정할 것이라고 믿었던 대법원장마저 앞서서 그러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뉴스엔 절망이 앞선다. 그리고 어쩌면 대법원장보다 더 정직해야 할 종교지도자들의 온갖 추잡한 짓거리도 방송사들의 취재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돈과 권력과 성이 그렇게 좋았다면 차라리 근엄한 판사의 탈은, 영적인 종교인의 탈은, 거룩한 지도자의 탈은 쓰지 말아야 했다. 정말 존경받고 공정해야 할 사람과 조직마저 그런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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