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손 내밀기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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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  발행일 2018-06-18 제31면   |  수정 2018-06-18

문경 영강체육공원의 밤은 불야성을 이룬다. 축구장·테니스장·족구장·인공암벽장·농구장·인라인스케이트장 등에서 동호인들이 일과 후 운동을 즐기기 때문이다. 낮에는 게이트볼장과 론볼경기장, 그라운드 골프장 등에도 동호인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강변에 위치한 이 체육공원은 문경새재 자전거길 옆이고 산책로도 잘 개설돼 걷기운동이나 자전거 동호인들도 많이 찾는다. 환한 조명 아래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섞이지 못하는 소외감을 호소하며 불평하는 주민들도 있다.

몇 사람을 위해 비싼 전기료 들여 대낮처럼 조명을 밝혀주고 시설물을 설치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질투성 지적이다. 실제 개인이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려면 먼저 사용하고 있는 동호인들에 의해 저지당하기 십상이다. 기존 이용자들은 동호회나 단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규 이용자들과 작은 마찰이 있기도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기존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사용 기회를 요구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한편 마을 어귀나 공터에 설치된 간이 운동시설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곳이 많다.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곳에 위치하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의 운동기구는 방치되다시피 망가지거나 기능을 잃은 것이 더러 눈에 띈다. 당초에는 잘 활용할 목적으로 설치했지만 막상 거리가 멀거나 외진 곳에 있어 이용객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특히 남의 동네에는 있는데 우리는 왜 안 해주나 하는 피해의식에 무조건 설치하고 보자는 식으로 만든 것은 대부분 외면 받는 신세가 됐다.

체육공원의 시설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기존 사용자들도 마음을 열고 맞이할 것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뭔가를 해주지 않는다. 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싶다거나 남의 도움이 절실하다면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니라’는 성경 말씀이 아니라도 아쉬운 사람이 손을 내미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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