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궤멸, TK 정치 어디로 .2] TK의 상생정치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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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  발행일 2018-06-19 제5면   |  수정 2018-06-19
TK 기초단체 일방통행 끝…“풀뿌리정치 발전 기대”

경북도의회 의장단(의장·부의장)은 사실상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 선출한다. 국회의장을 다수 당에서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만, 국회와 달리 부의장 자리도 한국당의 몫이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한국당 도의원들을 견제할 만한 다른 정당 도의원이 고작 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경북도의회 내에선 유일한 야당이다.

대구시의회의 의장단 선출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별 차이가 없다. 의장단 선거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공정하게 치러지만, 바른미래당(옛 바른정당)이 창당하기 전까지 시의회의 정당별 의원 분포는 29대(對) 1이었다. 한국당 지역구 의원 27명에 비례대표 2명과 민주당 비례대표 1명으로 구성됐다. 4년 전 제7대 대구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출범 때와 2년 전 후반기 의장단 출범 때 모두 의장, 부의장(2명), 상임위원장(6명)은 한국당의 몫이었다.


단체장·지방의원 정책 함께 논의
“초기엔 불협화음 생길수 있겠지만
지방정치에 서로 잘 활용땐 기회”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또한 한국당 소속이다. 이렇다보니 시·도의회와 집행부(대구시·경북도)의 ‘협조는 무난하고’, 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 견제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었든 게 사실이다. 대구·경북(TK)에서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보수 정당 독식에 따른 집행부와 의회의 한 방향 통행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8대 대구시의회의 경우 의원 30명 중 5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4명은 지역구에서 한국당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고, 1명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경북도의회에는 9명의 민주당 소속 도의원이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무소속도 9명이나 된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한 명까지 합치면 비(非) 한국당 도의원이 무려 19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도의원(60명)의 3분 1 수준이다.

이에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의 정책 추진이 자칫 시·도의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시·도의회 출범 초기 민주당 시·도의원들의 집행부 발목잡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시의회의 경우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이들의 패기 또한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구·경북지역 기초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 수성구의회의 경우 민주당 의석이 한국당 의석보다 많아 의장 자리가 민주당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대권 수성구청장 당선자는 벌써부터 의회와의 관계 설정 때문에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대구지역 구·군의회도 한국당과 민주당 의석이 불과 1~3명씩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구청장·군수 당선자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여야 의원들과 구·군정을 논의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경북에서도 포항 등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같은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구미에서는 단체장은 민주당, 시의회는 한국당 의원들이 더 많은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구미를 제외하곤 TK에서 기초단체장 선거는 한국당이 승리를 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지방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취임 초기 의욕에 찬 기초단체장들의 각종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대구·경북에 근 30년 만에 찾아온 여야 공존 구도를 단체장과 의원들이 잘만 활용한다면보수 일당 독점지역으로 여겨져 온 TK에서 오히려 상생정치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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