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별들의 축구전쟁…팬들은 잠과의 전쟁

  • 입력 2018-06-19   |  발행일 2018-06-19 제16면   |  수정 2018-06-19
■ 夜드컵 즐기는 열혈팬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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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결과를 풍자한 동영상·사진 등 ‘짤방’이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캡처>

“이번 월드컵은 ‘야(夜)드컵’이네요.” 지구촌 축제인 러시아월드컵이 초반 열기를 더해가면서 벌써부터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출되고 있다. 이번 대회 예선전 세 경기가 한국시각으로 밤 9시, 자정, 오전 3시에 각각 열리는 데다 조별 ‘빅매치’가 유독 많아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축구팬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는 것. 매일 밤 예선 세 경기를 모두 ‘본방사수’하는 열혈 축구팬도 등장하면서 직장인들은 근무시간 ‘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호날두·메시·네이마르 나란히 출격
빅매치 챙겨본 직장인 월요병 겪어

수험·재수·취준생엔 ‘악마의 유혹’
“한국경기와 결승전만 챙겨 보겠다”
“본방사수는 포기…하이라이트만 봐”

각종 SNS 경기 패러디물 보는 재미
야식 배달업계는 ‘월드컵 특수’ 누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은 특히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겐 헤어나올 수 없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다. 한창 공부에 몰두해야 할 시기이지만 경기 시청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나치게 시청에 몰입하다 보면 페이스 조절 실패뿐 아니라 학업 성취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회처럼 밤새 경기가 열리는 연도에는 남학생의 수능 성적이 더 떨어진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나돈다. 일부 수험생은 한국경기, 결승전 등 꼭 봐야 할 경기를 분류해 두는 ‘절제’를 보이기도 했다. 재수생 김태민씨(19)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경기만 볼 계획”이라며 “막상 그 시간에 책상에 앉아 있더라도 공부에 집중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도 하반기 공개채용을 앞두고 있어, 그룹별 스터디 모임, 학원수업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에 다가온 월드컵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준호씨(28·동구 신천동)는 “본방사수를 포기한 대신 매일 아침 경기 하이라이트는 챙겨보고 있다. 꼭 취업을 해서 4년 뒤에는 당당하게 길거리 응원도 가고 월드컵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지난 주말 새벽 늦게까지 월드컵 경기를 시청한 직장인들은 18일 유난히 심한 ‘월요병’을 겪었다. 직장인 권영석씨(31·달서구 상인동)는 “지난 16일 오전 3시 스페인-포르투갈 경기를 시작으로 호날두, 메시, 네이마르 등 유명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며 “피곤하기는 하지만 4년에 한 번인 만큼 한국대표팀 경기를 비롯해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등 축구 강국의 경기는 꼭 챙겨 볼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경기 결과를 두고 게시되는 온라인상 다양한 패러디물도 월드컵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른 아침부터 새벽 경기결과를 풍자한 짤방(사진·동영상) 등 패러디물이 게시되고 있다. 이러한 짤방에는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염원하는 내용과 경기결과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도 담겨 있다.

야식 배달업계는 ‘잠 못 이루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축구 중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치맥’이 단연 인기다. 동구 신천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운영하는 윤모씨(45)는 “금요일밤에 월드컵이 본격 시작되면서 주문 전화가 평소 대비 많이 늘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상업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점포에서 월드컵 경기 상영이 금지돼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은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음식점은 월드컵 PV권(공공장소 전시권, Public Viewing)을 가진 방송사에 TV 크기별로 대당 10만~20만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우리 가게는 주택가와 인접해 배달 위주로 영업하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매장 홀 크기가 넓은 일부 업주는 벌써부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월드컵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구 한 결혼정보회사는 총 1억3천만원 상당의 회원권을 경품으로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이 업체는 한국 대표팀이 8강에 진출하면 선착순 60명에게 각각 22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회원권을 지급한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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