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교통사고 후유증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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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08:01  |  수정 2018-06-19 08:01  |  발행일 2018-06-19 제24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교통사고 타박상 순환장애가 원인”
어혈엔 ‘도인’ 등 처방
20일쯤 복용하면 해소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교통사고 후유증

몇 년 전 아내와 두 아이를 태우고 가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중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던 택시가 우리 차 뒤쪽에 부딪혔다. 아내는 놀라 비명을 지르고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뒤차 운전자는 순간 졸았다며 사과했고, 보험처리를 하고 집에 왔다. 그런데 운전을 한 나는 목뒤가 좀 뻐근한 것 외엔 별다른 느낌은 없었고, 아이들도 금세 괜찮은지 다시 뛰어놀았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지 누워서 끙끙 앓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몸이 좀 무겁고 결리는 느낌이 있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집사람과 아이들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들은 다행히 큰 이상이 없어 보이는 반면 아내는 온몸이 아프다며 일어나지를 못했다. 아내는 병원에선 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아프냐며 많이 불안해 했던 기억이 난다.

한의학에서 바라볼 때 외부적 타박 증상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도록 겉부분에 상처가 난 경우다. 이럴 때는 처음이 아프고 시간이 갈수록 회복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겉은 겉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타박이 있다. 예를 들어 커다란 봉지가 있는데 거기에 물이 70% 차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봉지에 갑작스럽게 예기치 않은 충격이 가해진다면 안에 차있는 물이 흔들리며 외벽을 치게 된다. 그 결과 밖은 밖이지만 안쪽에서 보이지 않는 타박이 발생하게 된다. 처음에는 크게 표시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겉 부분의 눈에 보이는 상처가 국소적이라면, 이와 같은 경우는 밖이지만 내부에 상관하기에 전신으로 순환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그 결과 원래 내가 아팠던 부분이 더 심하게 아픈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서 많은 환자들이 사고 이후 내가 가진 증상이 악화된 것이 아닌지 많은 불안감을 표시하는데, 이는 증상이 악화된 것은 아니고 교통사고의 특성상 전신으로 나타는 순환장애 증상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교통사고로 나타나는 증상을 한의학에선 ‘어혈(瘀血)’이라고 한다. 어혈은 혈기가 소통이 되지 않고 뭉쳐진 것을 말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피가 눈에 보이게 뭉쳐져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피와 혈기는 다른데, 피가 혈액 그 자체를 말한다면, 혈기란 피와 상관돼 있는 기능적인 활동을 말한다. 물론 핏덩어리도 어혈에 들어가나 어혈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핏덩어리처럼 어혈적인 상태가 눈에 드러날 정도면 이는 증상에 따라 상당히 위험할 수 있고 즉시적인 외과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검사 결과상 눈에 보이는 덩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 혈기의 순환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고 한 번 뭉쳐지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다 어혈이 발생했다고 본다.

사고 이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몸이 아파도 겉으로 보이는 이상이 없기에 병원에서 물리치료와 진통제 처방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역시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지 불안하게 된다. 이 경우 어혈에 대한 부분만 해결되면 몸이 점차적으로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한의학에서는 어혈을 푸는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약재로 ‘도인(桃仁)’과 ‘홍화(紅花)’를 들 수 있다. 이 약재들을 사용해 어혈을 풀고 혈기를 소통시키는 처방으로 ‘당귀수산(當歸鬚散)’이나 ‘가미십전탕(加味十全湯)’이 있다. 20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의 교통사고에서 발생한 불편함이 해결될 수 있기에 진단받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다시 첫 이야기로 돌아가 같은 차에 타고 있었는데도 필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의 경중이 다 달랐다. 아이들은 금방 회복된 것에 비해 아내는 불편함을 많이 호소했고, 회복되는 시간도 3주나 걸렸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엔 백미러로 보고 있었기에 몸이 미리 반응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몸에 탄력이 있기 때문에 충격이 덜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내의 경우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전혀 대비할 수 없었고 몸의 순환이 원래 원활치 않고 굳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심적으로 많이 놀랐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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