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미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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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  발행일 2018-06-19 제29면   |  수정 2018-06-19
[기고] 북미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성환 계명대 교수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국민은 가슴을 졸였다. 회담이 무사히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회담의 산파역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조야는 회담의 성과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에 훨씬 못 미쳤으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도 사실이다. 합의문은 기초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이번 회담과 합의문의 의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회담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번 회담의 성격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 이번 회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회담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패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승패가 분명히 갈려버리면 후속 회담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합의문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또 합의문의 내용과 구조를 살펴보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번 합의문은 과거 1994년의 제네바합의나 2005년의 9·19성명과는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네바합의나 9·19성명에는 북미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내용만 있으나, 이번 합의문은 북미관계 개선이 첫머리에 오고 완전한 비핵화는 세 번째다. 이 차이를 알면 이번 합의문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합의문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첫머리에 둔 것은 북한 핵개발의 원인을 북한과 미국의 적대적 관계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 북미관계를 개선하면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 핵 개발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줄곧 밝혀온 내용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양보를 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이번 회담의 핵심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구축은 과정이고, 최종목표는 비핵화인 것이다.

이번 합의문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유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엄밀히 생각해보면, CVID는 외교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문에 넣기가 쉽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2015년 말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문에서 무리하게 이와 비슷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나 결국 이 합의문은 사문화되고 말았다. 또 현실적으로 CVID를 합의문에 넣으려면 미국도 북한에 그에 상응하는 체제보장(CVIG)을 제시해야 하는데, 미국은 아직 그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완전한 체제보장은 가능하지도 않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CVID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표시는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 이번 합의문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합의문에는 미국과 북한은 ‘합의문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fully and expeditiously) 이행할 것’을 천명하고, 이어서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 안에 후속 협상을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신속한 이행’이다. 후속회담이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되고 구체성을 채워나가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CVID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이행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실행하는 것이다.이성환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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