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속도 조절과 결정의 투명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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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  발행일 2018-06-19 제31면   |  수정 2018-06-19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방침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전격 결정함에 따라 경주지역 주민과 사회단체들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주낙영 경주시장 당선자도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강요나 다름없는 한수원 이사회의 비밀 회동과 그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고 탈원전에 따른 후속 대책과 대안의 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 당선자와 경주지역민들의 항의와 반발은 폐쇄 결정에 이르기까지 절차와 과정이 투명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정당하고, 6·13 지방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드라이브를 거는 속도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 정부가 탈원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더라도 먼저 에너지 수급대책 등을 고려하고 실행 계획을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 짜나가야 한다. 이는 여전히 다수인 반대론자들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는 동시에 탈원전의 당위성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성급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긴 호흡과 장기간의 준비가 필수일 터이다. 집권 기간에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던 정책이 역풍을 맞거나 차기 정권에서 폐기되는 정책의 실패는 비일비재하고, 그로 인한 재원과 사회적 자본의 낭비는 피해야 마땅하다.

탈원전의 완급조절과 유사한 맥락에서 여론수렴과 공론화 과정은 인내심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 등을 종합 평가하고 지역민과 소통해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수원도 주민과의 합의사항 무시에 대한 일언반구의 해명과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작전하듯 긴급 이사회를 서울 한 호텔에서 열어 일방적으로 폐쇄를 결정한 것은 주민에 대한 배신이자 배임이다. 급격한 원전정책의 전환으로 인해 지역민과 지역경제가 입을 피해와 타격에 대한 후속대책이 없는 것도 졸속임을 방증한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는 별도로 원전 수출 등 원전산업은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고 있는 만큼 원전 폐쇄지역 지원방안도 함께 내놔야 주민의 동의를 얻게 된다.

안전성 확보를 바탕으로 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건 멀쩡한 일자리를 없애고 수명 연장을 위해 투입한 수천억원의 예산을 사장시키는 일이다. 주민 의견 수렴 등의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전 폐쇄는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정책적 타당성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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