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궤멸, TK 정치 어디로 .3] 野, 위기탈출 해법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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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0   |  발행일 2018-06-20 제3면   |  수정 2018-06-20
“한국당 비대위원장에 전권 주고 ‘청산 악역’ 맡겨야”
20180620
19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당 재건 및 개혁 등을 논의하고자 모여 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보수정당이 다시 국민의 주목을 받고 지지까지 얻어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이미 나와 있다. 국회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변죽만 울리고 있을 뿐이다.”

‘보수 본당’을 자처하다가 ‘보수 궤멸’의 원인 제공자로 전락한 자유한국당 관계자의 촌평이다. 당내 의원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보수 회생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본인들의 기득권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했다.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중앙당 해체’ 방침을 밝혔다가 역풍을 맞았다. ‘중앙당 슬림화’와 ‘원내중심 정당론’은 정치권에 늘 회자되는 이슈임에도 당내 비난이 쇄도했던 것은 기득권을 위협할 정도로 판을 세게 흔드는 건 당내 대다수가 원치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거참패 책임론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칼자루를 쥐려고 나서면 집중포화를 맞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현역 의원 기득권 던져야 가능
2016년 민주당 위기서 배워야
시대흐름 파악 못한 것도 패인
수구냉전 사고 인사 청산 대상

혁신,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면
2년뒤 총선서 또 심판 받을 수도”



한국당은 현재로선 동료 의원들 공감 속에 김성태 권한대행에 위임된 혁신비대위 구성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혁신비대위가 성공해 2년 뒤 총선에서 여당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혁신하기 위해선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필수적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잇단 재보선 패배로 위기감이 팽배할 때 전격적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의원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이 김 비대위 대표에게 보장됐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친노(親노무현) 패권주의’와 ‘운동권 문화’ 청산을 외치며 인적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과 5선 관록의 이미경 의원 등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당내 반발이 심해 청산 작업이 주춤할 때 문재인 전 대표가 김 위원장의 결단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기득권의 희생 덕분에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보다 의석수가 더 많은 제1당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한국당의 당면 과제는 온갖 비난과 수모를 견뎌내고 ‘악역’을 완수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과 위원들을 영입하는 일이다. 대구 정치권의 한 의원은 “(영입 대상인) 본인 수락도 필요하지만 동료 의원들의 비토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선 혁신비대위에 의원들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이 먼저 보장돼야 최선의 인물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무성 의원처럼 스스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일이 쉬워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 경우처럼 당적 정리를 통해 차기 총선 공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이 비대위에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적청산 대상에는 민주당의 ‘친노’에 해당되는 ‘친박’(親박근혜)계와 지방선거 참패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친홍’(親홍준표)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친박계를 표적으로 삼으면 대구·경북권 의원이 상당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선 ‘남북한 평화 공존’이란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때 ‘청와대 주사파’를 거론하며 수구 냉전 사고를 드러냈던 인사들도 청산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혁신비대위가 인적청산에 나설 경우 의원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과거 민주당에선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표가 비대위 권한을 뒷받침해줬으나 한국당 내에선 그런 역할에 맞는 인물이 없다는 게 구조적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보수정당의 혁신 작업은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21대 총선을 통한 국민 심판 전에는 한국당이 혁신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찮다. 이런 한계론을 뚫는 발상의 전환, 시대 조류에 맞춘 도전정신이 없으면 한국당의 미래도 없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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