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南北관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상> 전환시대의 과제와 전망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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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0 07:30  |  수정 2018-06-20 07:30  |  발행일 2018-06-20 제6면
“통일문제 그동안 낙관적 접근…통일교육보다 평화교육이 먼저”

영남일보가 경북대평화문제연구소·영남대통일문제연구소와 공동 기획으로 ‘급변하는 남북관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를 마련했다. 지난 18일 열린 1차 토론회에는 정희석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장, 구춘권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장, 조재희 대구하나센터장, 이경숙 대구 다사초등 교사가 참석했다. 진행은 박종문 영남일보 교육팀 부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잇단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대구·경북은 올바른 북한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교류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차 토론은 21일 남북교류를 주제로 진행한다.

▶현재 남북회담이나 북미회담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배경입니까.

△정희석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장= 세계사적 대전환의 의미를 갖는다. 먼저 한반도 분단구조 해체가 시작되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게 가장 큰 의미다. 지정학적측면에서는 한반도 분단 후 남과 북 모두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북한은 대륙, 남한은 해안에 붙어 모두 반쪽짜리 기능을 했다. 잇단 정상회담으로 남북은 지정학적으로 온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 과거 남북정상회담과 다른 점은 지금의 정상회담은 세계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북은 물론 북미 간에도 정상 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사회가 국제 외교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구춘권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장= 과거 동북아를 구축했던 큰 틀이 무너지고 있다. 대전환이 시작됐다. 원인은 남과 북, 미국의 내부적 변화가 우연하게 맞물려 거대한 전환의 틀을 마련했다. 먼저 북한은 대북제재로 대외의존성 경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북한의 시장’인 장마당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핵개발로 인한 제재로 주민불만이 증가해 김정은이 위협을 느끼고 대화에 나섰다. 반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태평양 등 미국이 구축해 동맹관계를 맺어온 지역에서 ‘아메리칸 퍼스트(First)’라는 명목으로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G7공동선언에도 트럼프는 서명하지 않았다. 수년간 진행해 온 이란 핵협정도 파기했다. 이런 트럼프 행동에 대해 미국 외교주류는 부정적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런 시각에 대해 자신의 외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고, 그게 북미대화였다. 북미대화에 트럼프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핵을 남북대화의 선결조건이 아닌 최종목표로 뒀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인 대구하나센터의 조재희 센터장께서 이러한 대전환의 시기를 바라보는 탈북민의 분위기를 좀 전해주시죠.

△조재희 대구하나센터장=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정말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탈북민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설레면서도 앞으로 상황변화에 따라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우려하는 면도 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적 상황이 변하는 것에 힘들어한다. 경계인의 자리에서 느끼는 것 같다.

▶이경숙 선생님은 탈북학생과 관련된 교육이나 정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서 오늘 특별히 모셨습니다. 초등학생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경숙 다사초등 교사= 학교 통일교육은 정권에 따라 변화가 크다. 보수정권은 안보 중심이고, 그 이전 정부는 (북한을) 적대적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교류해야 할 대상이란 점에 중점을 뒀다. 교육부(2014년) 자료를 보면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이미지로 ‘전쟁’ ‘군사’ ‘독재’를 떠올렸다. 하지만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할 때 화합하라고 가르친다. 이게 좀 괴리가 있다. 최근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전쟁과는 멀어지나’ ‘꼭 통일을 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정부나 국민의 삶에서 북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알 필요도 없고 접촉할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교류가 진행되고 우리 삶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북한을 어떻게 알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정희석 소장= 통일교육보다 평화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향후 남북한이 평화공존하는 상황이 상당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존하려면 상대 국가에 대한 적대적 타자성을 극복하고 관용, 배려, 개방적 태도 이런 것들을 배워야 한다. 지금 사회통일교육은 단체별로 이념적으로 분화돼 있고, 소통이 안 돼 문제다. 이러면 결국 시민들이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구시가 중심이 되어 평화통일 거버넌스를 만들어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우려되는 점은 다른 시·도는 굉장히 발빠르게 움직하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 좀 우려스럽다.

△조재희 센터장= 지금까지 통일교육 현장은 강의식인데, 탈북민 전문강사 매뉴얼을 보면 그들도 모르는 내용이 가득하다. 교육적 철학은 전혀 발견이 안 되고, 정치·북한학 등을 전공한 정책 입안자들의 통일 담론만 들어 있다. 또 언론에서는 북한의 한쪽 면만 보여주고 있다. 2013년 이미 250만 북한주민이 휴대폰을 갖고 있었는데, 계속 고난의 행군 시기만 말한다. 전통문화, 음식, 가족 간 우애 등 북한의 좋은 얘기도 좀 담아냈으면 좋겠다.

▶좀 더 세부적인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국민과 정부, 지자체, 우리는 이제 뭘 해야 합니까.

△구춘권 소장= 좌우 이념에 관계 없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1988년 당시 독일서 유학할 때 통일 현장에 있었다. 그들이 통일에 실패한 이유는 너무 단기적·낙관적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화폐경제 통합이라든가 동독의 탈산업화 등이 너무 끔찍한 결과가 나왔다. 정치적·단기적으로 모든 결정을 너무 초기에 끝내버렸다. 동독과 서독의 격차가 100년이라면 우리는 더 크다. 상당히 꽤 오랜 기간 많은 돈이 북한에 지원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통일 문제는 후세대에 남기고, 지금 필요한 것은 공존이다. 그리고 남한이 북한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으니 그들을 지원하고 또 연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교육, 민주주의 교육, 평화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살아가는 데 자기이익 추구를 넘어 뭔가 연대하고 공감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독일도 연대세로 통일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인권의식이다. 한국은 인권에 무감각하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다른 입장, 다른 생각 가진 사람과 공존하는 것이다. 타협하는 것이다. 남북의 이익이 상충할 때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권, 민주주의, 평화에 대한 의식이 분명해야 대전환 시기 이후 벌어질 격변들에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통일이 될 거라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실상은 지난한 문제입니다.

△정희석 소장= 남과 북이 반목하고 대립한 관계가 일순간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없다. 이번 북미회담을 통해 북한체제가 보장됐다. 정상국가로 인정해 줬다. 남북 간 통일은 두 국가의 통일인데 이는 장기간 걸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일련의 정상회담 과정은 남북의 평화공존 구축이라는 데 목표가 있다. 통일보다는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제사회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곳곳에 암초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느낀 점을 마무리해 주시죠.

△구춘권 소장= 정말 잘 되기를 바란다. 전쟁은 끔찍하다. 하지만 불안정, 두려움 같은 우려가 없지 않다. 트럼프가 변덕을 부리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미국사회에서 아웃사이더라는 오명을 떨칠 수 없고, 향후 미국 주류사회의 입김이 거세지면 이 판국이 어떻게 변모될 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을 너무 믿어서도 안 되며,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정희석 소장= 다행스럽게 남북 정상 간 신뢰관계 회복을 시작했고 정상 간 핫라인 소통,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 등 긍정적 조치가 나오고 있다. 북한방송을 보면 북한 내부도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공존체계가 장기간 이어지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경숙 교사= 통일교육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 같다.

△조재희 센터장= 그동안 힘들었던 점은 우리 정부나 국민이 북한이탈주민을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낫다는 의식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그런데 실상 북한이탈주민들은 독립심도 강하고 자의식도 강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앞으로 남북공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이들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정리=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경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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