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금계국 뽑아 토종식물 지키자”…400여명 불로동고분서 제거작업

  • 글·사진=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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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0   |  발행일 2018-06-20 제14면   |  수정 2018-06-20
동구자원봉사단체협의회
생태교란종 지정 건의도
“큰금계국 뽑아 토종식물 지키자”…400여명 불로동고분서 제거작업
자원봉사자들이 불로동 고분군에서 큰금계국을 제거하고 있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노란 코스모스 같은 꽃들이 길가에 줄지어 서 있다. 얼핏 보기 좋을지 몰라도 예전에 비해 그 수가 크게 늘어나 공원이나 들판, 심지어 기차철로 주변에도 온통 노란꽃 일색이라 서서히 식상해지기까지 한다.

꽃 이름은 ‘큰금계국’. 북미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10여년 전에 들어왔다고 한다. 아마도 보기에 좋아 들여왔을 것인데 문제는 번식력이다. 다년생인 이 식물은 뿌리와 종자로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기 때문에 주변의 식물을 고사시킨다. 일본에서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특정외래식물로 지정해 개인이 재배하면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이 외래식물을 심는 지자체가 있을 정도로 문제의식이 없는 편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쯤 400여명의 봉사자들이 국가사적지 262호인 불로동고분군에 모였다. 동구자원봉사단체협의회(회장 이영재) 소속 30개 봉사단원들이다. 그들은 지난해 6월부터 불로동고분군에 큰금계국 제거작업을 했다. 당시 300여명의 봉사자는 전체 211기 고분 중 10분의 1정도인 20여기를 정비했다. 30℃ 넘는 더위에 지름 15~20m 높이가 4∼7m인 고분들이어서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올해는 큰금계국 수가 좀 더 늘었다. 소식을 듣고 대구지역 곳곳에서 봉사단과 함께 월남전 참전전우회(회장 김달년) 회원까지 가세, 30여기에서 제거작업을 했다. 이영재 동구봉사단체협의회장은 “매년 제거하지 않으면 대구시민들의 조상이 묻힌 고분군이 외래식물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큰금계국을 제거한 후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고분 사이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곳에는 작고 앙증맞은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봉사센터 최희순 봉사센터장은 이 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주로 대구 근교에서 많이 자라는 멸종위기 2급 야생식물인 애기자운입니다.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소중한 식물이 하마터면 외래식물에 의해 완전히 멸종될 뻔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큰금게국을 제거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소중한 우리 식물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애기자운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 국비를 지원받아 대량번식에 성공한 달성군 농업기술센터 김수용 소장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한 뒤 몇 포기를 얻어 키우면서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있다. 최 센터장은 “5월에 제비꽃처럼 보라색 꽃을 피우는 앙증맞고 소중한 애기자운을 보면 외래식물인 큰금계국을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는 지난해 6월 큰금계국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환경부에 건의했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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