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이 모여 오드리 헵번 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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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0   |  발행일 2018-06-20 제26면   |  수정 2018-06-20
■ 갤러리 전에서 김동유 개인전
작은얼굴 모여 하나의 형상 구성
픽셀 모자이크 이면의 철학 담아
투페이스 시리즈 등 대구 첫 소개
20180620
김동유 작
20180620

김동유(사진·53)는 ‘픽셀 모자이크’라는 독창적인 회화 기법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다. ‘투 페이스(이중얼굴)’ 시리즈가 유명하다. 하나의 큰 인물화를 작은 픽셀처럼 나누고 다른 인물을 반복적으로 그려넣는다. 수많은 작은 얼굴이 모여 커다란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매력적인 마릴린 먼로의 형상은 케네디나 마오쩌둥의 작은 얼굴들로 이뤄져 있고, 우아한 오드리 햅번의 이미지는 마오쩌둥이나 그레고리 펙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한 재미를 넘는 작업이다. 극세 붓으로 명암까지 표현한 작은 이미지에서 철학과 노동의 가치가 읽힌다.

김동유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전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대표작인 ‘투 페이스’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대구에서의 전시는 처음이다. 작가는 “마릴린 먼로가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대구 동촌비행장에서 미군을 상대로 위문공연을 펼친 적이 있다. 대구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아 의미가 새롭다”고 밝혔다. 마릴린 먼로는 작가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25일까지)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픽셀 모자이크 기법은 ‘신문 망점’에서 착안했다. 규칙적으로 이뤄진 신문 망점에서 디지털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작업을 구상하게 됐다. 어린 시절 취미였던 ‘우표수집’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후반 구태의연한 장르라는 지적을 받았던 회화를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작가적 고집도 한몫을 했다. 작가는 “제한된 공간에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투 페이스 시리즈의 밑그림은 손과 먹지, 프린트로 변화했다. 프린트를 이용하면서 시간이 단축됐을 뿐 아니라 얼굴의 디테일이 좀 더 살아나게 됐다. 작가는 현재 100호 규모의 그림 하나를 제작하는데 40일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 색은 계절에 따라 달리 사용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색, 겨울에는 따뜻한 색으로 감성을 전달한다.

작가의 작업에는 ‘이면의 철학’이 담겨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늘 이면을 연구한다. 효과적인 것보다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구조도 작품에 숨겨져 있다. 작가는 “큰 기업에는 노동자들이 있다.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 것이 소홀해져선 안된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큰 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에서 흥미롭게 다가오는 또하나의 요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계다. 작가는 아날로그적인 표현에 충실했는데, 정작 완성됐을 때에는 디지털적인 느낌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이면의 철학’을 연상케 하는 기법이다. 7월15일까지. (053)791-2131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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