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꿈이 현실이 되는 시베리아횡단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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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0   |  발행일 2018-06-20 제29면   |  수정 2018-06-20
[특별기고] 꿈이 현실이 되는 시베리아횡단열차
안용모 한국철도건설협회 부회장

요즘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두 차례 판문점 회담 여파와 북미회담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철도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잇는 선봉으로 급부상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철도를 지목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철도 연결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이 추진됐다. 우선적으로 남북경협에 따른 철도·도로 연결로 수송과 통로의 혈맥을 잇는 사업이 거론돼 준비에 들어갔다. 철도 연결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넘어 중국·러시아와의 대륙철도 연결, 그리고 유럽 진출까지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월 동해중부선 1단계인 포항~영덕 구간 44.1㎞ 개통에 이어 공사 중인 2단계 영덕~삼척 구간 166.3㎞ 모두 2020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은 부산~포항~나진~러시아 하산역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유라시아횡단(TSR) 철도이나 동해선 철도는 강릉~속초~제진 104㎞ 구간이 단절된 상태다. 끊긴 강릉~제진 구간이 복원돼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한반도에서 유럽대륙까지 ‘철의 실크로드’가 열린다. 최근 우리나라가 북한의 찬성에 힘입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에 가입한 것도 남북·대륙 철도 연결에 힘을 실어준다. 계획이 뜻대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종단철도(부산~포항~나진~러시아 하산), 시베리아 횡단철도(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유럽철도(EU Rail, 모스크바~파리) 구간 1만5천㎞를 하나로 묶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대구에서 열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해 독일의 베를린까지 간다는 것을 상상해 보자. 아니 더 나아가 해저터널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 런던까지 이를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여정에 가슴 떨리지 않는다면 대구시민이 아닐 듯하다. 우리나라는 휴전선 때문에 북쪽으로 모든 길이 막혀 실상 섬나라 취급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북한은 나진∼하산 철도망 현대화 프로젝트로 나진항 개발, 나진∼원정 도로 건설, TSR 연결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철도 노선이 향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국제수송로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륙 간 철도 연결은 교역구조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EU 등과 교역 비중이 큰 우리로서는 물류비 절감 등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를 포함한 CIS독립국가연합이나 동구권 국가들과의 교역 역시 늘어날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러시아가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달, 남북정상회담 성과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러시아의 철도·가스·전력 등이 한반도로 연결되면 한반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21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데, 이 문제도 구체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고 기대를 하고 있는 이유다. 휴전선에 막혀 4천㎞ 남짓한 노선을 달렸던 한국철도가 28만㎞에 달하는 엄청난 철도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것은 거대한 도약의 출발점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력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남북철도 연결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유라시아 대륙철도까지, 처음에는 너무 먼 이상적인 이야기 같았지만 이제는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기차를 타고 유럽대륙으로 여행을 떠나는 꿈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것을 지켜본 많은 사람이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유럽행 열차에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에서 KTX를 타고 북한을 통과해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에 도착하는 꿈이 이제 현실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안용모 한국철도건설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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