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주민과 협의’약속 저버려…한수원은 조기폐쇄 기습 결정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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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1 07:31  |  수정 2018-06-21 07:31  |  발행일 2018-06-21 제9면
산업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공문 논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이사회에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배경에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이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은 산업부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요청하는 공문을 한수원에 보낸 데서 비롯됐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한수원 제7차 이사회 부의안건’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난 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는 공문에서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공고와 관련 귀사(한수원) 차원의 필요한 조치들을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道, 고용감소 등 피해 천문학적
경주 수백억 지방세 손실 먹구름
천지원전 백지화로 영덕도 타격
주민 한수원 상대 행정소송 제기
“원자력 관련기관 설립안 밝혀야”



이에 대해 산업부는 “한수원에 요청 공문을 보낸 이유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에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관련 사항에 대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공기업에 조기폐쇄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수원측은 이사회 자료를 통해 “정부는 조기폐쇄 정책 이행을 요청하고 있으며, 경주 지진 이후 국민의 안전성 우려가 높아짐에 따른 설비보강 및 인허가 기간 연장 등으로 정지 기간이 장기화하는 등 운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정부 요청과 자체 경제성 평가 등을 바탕으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산업부와 한수원측의 입장에 온도 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산업부가 수차례에 걸쳐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해 놓은 상황에서 한수원은 지난 15일 기습적으로 서울에서 ‘조기 폐쇄’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월성원전본부 직원들도 당일 오전까지 이사회 개최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지금 경주는 ‘먹구름’에 휩싸였다. 당장 1호기의 조기 폐쇄로 440억5천만원의 지방세와 지원금이 사라진다. 법정지원금 148억5천만원, 지역자원시설세가 292억원이다. 경주시를 비롯해 시민이 조기 폐쇄를 반대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경북도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지역의 경제적 피해는 9조5천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1천272만명(연인원)의 고용감소를 예고했다. 특히 울진은 원전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지역내총생산(GRDP)의 무려 50.4%를 차지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경북에 위치해 있어 전반적인 산업의 개편도 예고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로 영덕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영덕군엔 2027년쯤 완공 목표로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계획돼 있었다. 2012년 9월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가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됐고, 한수원은 2016년 7~12월 전체 부지 가운데 약 19%를 매입한 상태다.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로 정부 지원금 380억원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년 동안 토지 매각 등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지주들은 한수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14년부터 경북도와 경주시는 원전 관련 기관의 경주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주시는 주민과 똘똘 뭉쳐 감포읍 일원에 300만㎡(1천500억원)의 부지를 제공하며 원자력해체연구센터·제2원자력연구원·원자력기술표준원·국립지진방재연구원 유치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앞서 원전 관련 기관 유치에 대해 진정성 있는 대안과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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