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행은 비워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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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1 07:45  |  수정 2018-06-21 07:45  |  발행일 2018-06-21 제24면
[문화산책] 여행은 비워내기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여름이다. 부산이 가까워지면 코끝에 스치는 바람 속에 바다가 느껴진다. 산이 아름다운 도시인 대구에서 살다보니 특유한 바다 냄새에 후각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여름이 되면 해운대는 인산인해다. 왜 이리 많은 사람이 오는지 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바닷가 일출과 일몰을 매일 볼 수 있는 해운대 동백섬 건너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가는 길은 항상 여행 가는 기분이다. 어두운 하늘을 화려하게 밝히는 불꽃놀이, 길거리 음악가들의 노래와 연주가 들리고 흥겨워 보이는 사람 속에서 나도 여행객이 된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난 여행이라고 말한다. 여행의 좋은 추억들은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괴테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떠남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자아실현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여행이다.

여름 휴가가 다가오는 이맘때는 누구든 여행을 꿈꾼다. 여행의 기술을 가르쳐 주는 TV방송 프로그램, 홈쇼핑의 각종 여행상품 소개가 넘쳐난다. 그만큼 여행은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은 떠나는 순간보다 떠남을 위해 준비하는 순간이 더 행복하다. 공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활기 찬 모습, 이륙 시간을 알리는 안내판, 여행지에서의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설렘과 낯선 곳에 대한 즐거운 상상들이 여행이 주는 매력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며,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각자에게 여행이 주는 의미와 목적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행가는 약 1천300년 전 신라의 젊은 스님 혜초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곳인 인도가 궁금해서 길을 떠난 그는 인도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배낭여행가인 김찬삼씨는 1958년부터 3회의 세계일주와 20여회의 테마 여행을 통해 16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여러나라의 숨어있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분의 여행 분위기는 즐거움보다는 도전이라는 느낌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몸과 마음에 잔뜩 들어 있는 긴장의 일상으로 경직된 자신을 조금씩 비워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알기 위해 떠난다. 가까운 지인에게 여행과 관광의 차이를 물으니 재미있는 말을 해 주었다. 나그네로 떠나면 여행, 손님의 입장이면 관광, 버리고 돌아오면 여행, 잔뜩 사들고 오면 관광이라 했다. 이번 여름에는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는 여행을 계획해 보자. 좋은 사람들과 같이 떠나는 여행은 더욱 즐겁다.이귀영 <문화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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