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이타성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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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1   |  발행일 2018-06-21 제30면   |  수정 2018-06-21
파트너십 대구 사회적기업
열정적 일처리·매너에 감탄
이타적 태도가 경제의 동력
목표의 이해와 달성 의지가
고부가가치 결과 만들어내
[여성칼럼] 이타성의 경제학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사회연결망서비스(SNS)가 갈수록 세련되고 일상 속으로 그 여파가 확장되면서 ‘네트워크’라는 말은 시대의 특성을 담는 주요 용어가 되었다. 플랫폼을 오가며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기차처럼 네트워크를 통해 유·무형의 가치들이 세계 각지로 연결돼 새 장소에서 새로운 무늬의 문화예술 상품이 되고 있다. 이렇게 ‘네트워크’로 상징되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연결과 자원의 공유는 오늘날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이 점은 예술 창작의 태도나 관람, 향유의 방식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류의 형식을 넘어서서 가상현실(VR)을 통해 작가나 작품을 소개하고,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판타지 혹은 새로운 신화의 구성으로 작품을 채우며, 접속을 통해 가상을 현실 속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이 우리 감성의 내용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상상력의 한계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시키고 있다. ‘생태, 연결, 융합’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 실험을 장려하는 대구예술발전소는 지역의 예술관계망을 세계 속으로 연결하고 세계의 관계망을 지역 플랫폼에 접속시키는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 이틀간 1천여 명이 동참해 나름의 의미를 새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행사가 갖는 의의 외에 발견한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지역 인적자산의 발견과 헌신이나 배려와 같은 이타적인 태도가 경제효과를 높이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행사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과 파트너십을 갖고 진행했다.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만큼 청년들이 많이 참여해서 민간 외교처럼 인적교류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도록 하고 행사에 맞는 ‘아트로드 투어’도 만들자는 회의를 진행했다. 일이 시작되자 일을 이해하고 추진하는 사회적기업 직원들의 능력과 성의있는 태도에 너무 놀랐다. 지역에서 향후 기획자가 되고 싶거나 기획하는 일이 직업이기를 바라는 청년들을 모집해서 이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면 어떨지 상의하니, 그 역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인력 배치를 하며 척척 활용해갔다. 완벽한 영어 실력에 참신한 매너,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치밀한 접근 등은 단지 직장인의 태도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동이 있다.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기획 대상으로 삼고 이를 직업과 연결시키는 이들에게서 유능해지려는 열정이 가득한 인상을 받았다. 이것이 사회적기업이라는 기업의 특수 형식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 아니면 열정적인 사람들이 우연히 이 기업에 모인 것인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이런 기업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도시 삶의 건강한 생태를 전망해볼 수 있게 한다.

눈여겨본 점은 이처럼 문화예술과 관련된 직업 중에는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와 깊게 관련된 직업이 있고, 이러한 일은 타 지역에서 무엇인가를 유입하기보다 바로 여기에서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일의 품질을 높이고 경제적 가치를 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헌신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확인이다. 이는 일을 많이 하거나 오래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또한 열정페이와는 전적으로 무관한 것으로, 유능해지기 위해 스스로 치르는 비용이라 생각된다. 일의 진행에서 본 이런 태도는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이타적인 특성에 가까운 것이다. 일의 목표를 이해하고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설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이타성이 결국 결과의 품질을 대단하게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깨달았다. 토머스 홉스가 가정한 것처럼 이기심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야기해 결국 공멸과 야만으로 추락할 것이므로 전체 품질을 높이고 가치를 향상시킬 확률은 매우 낮다. 우리 사회나 직업의 현장에서 이타성이 갖는 경제성이 무엇인지 그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 점은 큰 수확이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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