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는 궤멸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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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1   |  발행일 2018-06-21 제30면   |  수정 2018-06-21
이번 선거서 궤멸한 건 중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해도
수십년 전통의 보수 정당이
소멸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갈고 닦으면 언젠가 때가 와
[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는 궤멸했는가

자유한국당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보수가 궤멸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한국당이 소멸되고 민주당이 보수, 정의당과 녹색당이 진보가 되는 정당구도가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하기도 합니다. 정말 보수가 궤멸할 정도로 한국당이 참패한 걸까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얻은 득표의 총합은 민주당 56.0% 대 한국당 31.1%이고 당선자 수는 14 대 2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1년반 전인 2006년 5월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지금과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당시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이 얻은 득표 총합은 열린우리당 27.0 % 대 한나라당 55.2%였고 당선자 수는 1 대 12였습니다.

열린우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 몇 번의 이합집산과 당명 변경을 거쳤으나 그 뿌리는 계속 살아남아서 오늘날 민주당의 모태가 되었고 2017년 마침내 집권당이 되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2년 전의 패배를 완전히 설욕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교훈은 한국당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뼈아픈 패배를 했다고 해서 수십년 전통의 당이 소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과 유권자의 변화에 맞게 자신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 때가 오는 법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궤멸한 노선은 보수가 아니라 중도입니다. 19대 대선에서 안철수와 유승민을 합친 득표율은 27.6%였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문재인은 41.1%, 한국당의 홍준표는 24.0%를 획득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후보가 획득한 득표를 총합하면 바른미래당은 8.7%, 민주당은 56.0%, 한국당은 31.1%입니다. 중도는 궤멸했고 진보와 보수가 각각 2 대 1의 비율로 그 표를 흡수했습니다.

한국당의 참패 원인을 시대착오적인 반공노선과 친재벌노선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 입장은 중도노선이 폭망한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한국당이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패배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국회 로비에서 무릎을 꿇거나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푸념만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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