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북한에 대한 오해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22면   |  수정 2018-06-22
경영적 관점 무시하는 경협
근거없는 南기술 우위 인식
상인정신으로 꼼꼼 따지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北사회 올바르게 이해해야
[경제와 세상] 북한에 대한 오해

얼마 전 한국감정원이 대구에서 개최한 조찬포럼에서 남북경협과 국토개발의 과제라는 주제로 특강이 있었다. 판문점 선언 이후에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특강이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일반인과 전문가의 시각에는 공통의 오해 내지 오류가 존재하는 듯하다.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경제협력과 교역사업의 경우, 우리는 북한이 한국을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로 선정할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북한이 여러 국가 가운데 자신의 입맛과 조건이 더 좋은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자주 간과한다. 나아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추구가 항상 우선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기업이 경영적 관점이 아니라 ‘민족경제’의 부흥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부응하여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전제되어 있다. 즉 투자와 비용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음으로 통일이든 연방제 형태이든 남북통합이 되면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만나서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나 국가의 경제규모로 보면 우리 경제가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앞선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기술지식과 R&D 수준에서 북한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한에 뒤처져 있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의 근거는 무엇인가. 북한은 군사적 활용성이 높은 분야와 기초학문인 수학·물리·화학 등에서 일찍부터 러시아, 중국, 독일 등과 교류해 왔다. 그리고 북한 내부에서 발행되는 ‘기술혁신’ 학술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북한은 농업·건설·광업 등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국가과학원 직속연구소와 특화된 분원체제를 통해서 R&D 성과를 경제부흥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김책공업대학과 평성석탄공업대학 등은 순수 연구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문제형 R&D에도 적극적이었다.

북미회담의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선정된 것을 살펴보자. 이것은 북한이 남북이라는 더블헬릭스(double-helix) 체제에서 트리플헬릭스(triple-helix)로 점차 이동하는 것을 시사한다. 남북 교류에 또 다른 국가를 언제든지 파트너로 포함시켜서 관계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순진한 믿음은 낭만적 사랑일 수 있다. 즉 남북한 공동 경영이나 합작 사업에서 탈피하여 한국 정부와 기업이 다국적 투자단으로 참여하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우리 국민과 정부는 디지털 정보화 부문에서 북한이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격차해소를 위한 공공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폐쇄사회의 속성상 통신기기는 체제의 위협요소가 되므로 널리 확산되기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과거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다르게 오늘날은 무선기술과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퀀텀점프(quantum jump)가 상대적으로 쉽다. 우리는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 후진국에서 이미 이러한 사례를 목격했다. 북한이 체제선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차단하기 힘든 소셜미디어를 도입한 것을 보면, 한순간에 디지털 낙후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발생할 수 있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이후로 북한은 여러 방면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11년제 의무교육제에서 12년제 의무교육제로 변경했고, 교복의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색깔도 밝아졌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 교육을 도입했다. 넉넉지 않은 국가재정을 고려하면 획기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2018년 6월 현재 새롭게 쇄신하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 같은 민족이지만 구체적 데이터를 수집하여 꼼꼼히 따지고 거래하는 상인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