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플라멩코’

  • 김수영 이지용
  • |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33면   |  수정 2018-06-22
경쾌한 음악과 활기찬 춤사위 ‘삶의 활력소’
남성, 힘찬 발구름·여성, 부드럽고 화려한 춤
스트레스 풀리고 다이어트·자세 교정 효과
현대百 대구점 플라멩코 강좌 직장인에 인기
20180622
현대백화점 대구점 문화센터에서 열고 있는 플라멩코 강좌. 마리아킴 강사(맨왼쪽)는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춤은 아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춤이 플라멩코”라고 했다.

지난 13일, 지방선거일이라 공휴일인 데도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문화센터 무용연습실은 플라멩코의 열기로 뜨거웠다. 경쾌한 음악소리와 힘찬 발구름 동작(싸빠떼아도)이 흥겨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절도있는 몸동작에서는 긴장감이 뿜어져 나왔다. 20~30분 수업을 한 뒤 잠시 쉬는 시간에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강사와 수강생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마리아킴 강사(정통플라멩코연구소 ‘라 마리아 플라멩카’ 대표)가 언론사에서 취재를 왔으니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하자 초심자들은 인터뷰를 못 한다며 바로 손사래를 쳤다. 쉽지 않은 춤이라 1~2개월 배운 것으로 플라멩코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문화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플라멩코와 관련된 4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초급반과 중급반이 있는데 이들 강좌에는 40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이 강좌를 위해 천안에서 와 수업을 하고 있는 마리아킴 강사는 “플라멩코가 쉽지 않은 춤이다보니 이를 전문적으로 추는 무용수도 그리 많지 않다. 전국적으로 10명 정도 된다”며 “배우기가 쉽지 않지만 한 번 빠지고 나면 쉽게 헤어나기 힘들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극과 극이다. 몇 번 배우고 바로 포기하는 이도 많지만 몇년씩 배우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현대백화점 대구점 문화센터의 플라멩코 강좌는 낮시간대보다는 직장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저녁 강좌에 수강생이 많다. 수요일 오후 4시40분부터 쭉 이어서 강좌를 진행하다보니 2~3개 강좌를 연이어 듣는 분들도 많다”는 말도 했다.

춤이 일반인 곁으로 다가온지는 꽤 오래됐다.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비롯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강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무용강좌다. 신나는 음악과 활기찬 동작으로 엮여진 춤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 것은 물론 육체적 건강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이어트·자세교정 등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보니 댄스스포츠 중심에서 플라멩코·재즈댄스·발레 등으로 무용강좌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은 플라멩코= 플라멩코(Flamenco)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민요, 향토 무용, 기타 반주 등 3가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민족예술이다. 흔히 안달루시아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심장’이라고 부르는데 플라멩코에는 이 지방의 개성적인 민족 감정과 기백이 잘 표현돼 있다.

플라멩코는 춤과 음악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춤(바일레, Baile)은 열정과 구애의 춤으로 슬픔에서부터 기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남녀의 성별에 따라 춤의 표현기법이 다른데, 남성은 발을 많이 사용하며 여성은 춤사위가 부드럽고 화려하면서도 관능적이다. 플라멩코의 음악적 표현은 노래(칸테, Cante)와 음악연주(토케, Toque)로 나누어지는데 칸테는 보통 남성과 여성이 코러스 없이 앉아서 노래한다. 슬픔·기쁨·환희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을 가사를 통해 드러낸다. 토케는 기타 연주를 많이 하는데 캐스터네츠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춤= 마리아킴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싸빠떼아도’ ‘블라쎄오(팔 움직임)’ 등 낯선 용어들을 많이 외쳤는데 이국에서 건너온 그 단어들부터 어렵게 느껴졌다.

마리아킴 강사는 “낯선 용어만큼이나 일반 춤과는 다른 표현들이 플라멩코에 많이 들어가 있다. 플라멩코는 다른 춤처럼 즐기는 춤이 아니다. 어려운 춤이지만 오래 춤을 추다보면 춤 동작은 물론 음악에 빠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며 “영혼을 맑게 하고 내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플라멩코는 왈츠, 폭스 트롯, 탱고, 블루스, 룸바, 킥 스텝 등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소셜댄스와는 달리 독무라는데서 또다른 매력이 있다. 남녀가 같이 춤을 추다보면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고 서로 간의 호흡도 맞춰야 하는데 플라멩코는 독무이기 때문에 자기 춤에만 신경을 집중하면 된다.

발구름 동작에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빠르고 힘차게 발을 구르는 과정에서 육체적 운동은 물론 정신적 힐링도 경험하게 된다.

플라멩코를 배운지 4개월째 접어든다는 김명란씨(52)는 “TV에서 스페인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플라멩코를 보고는 춤이 너무 아름다워 시작하게 됐다. 아직 생각한 대로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지만 너무 재미있고 이런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앞으로 최소 10년은 배워보겠다는 각오로 춤추고 있다”고 했다. ☞ W2면에 계속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