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분노는 분노를 부를 뿐…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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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3   |  발행일 2018-06-23 제16면   |  수정 2018-06-23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에 화를 내고, SNS에 나타나는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분노한다. 일상 속에서도 분노를 느끼고, 어떤 경우 폭력적인 형태로 이를 표출하기도 한다. 분노가 들끓는 사회에서 우리는 분노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할까.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듯 분노를 다룬 책 2권이 잇따라 발간됐다.

20180623
분노와 용서//마사 C.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뿌리와 이파리/ 584쪽/ 2만8천원

■ 분노와 용서

‘분노할 때 분노해야 한다’라는 말은 옳은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전적으로 반박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복수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간디가 말했듯 ‘눈에는 눈’을 고집하면 온 세상의 눈이 멀게 됩니다.”


문학·심리학 등으로 분노의 감정 분석
분노와 용서, 3가지 영역으로 나눠 탐구



이 책은 2014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진행한 ‘존 로크 강좌’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의 결말 부분을 인용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오레스테이아’는 복수의 여신들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다스림으로 정의로운 분노의 신 에우메니데스로 변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분노라는 감정을 문학작품,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 심리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대의 사회심리학자, 철학자들의 철학적 논의를 참조했다. 분노와 용서를 재정의한 저자는 3가지 영역으로 나눠 분노를 탐구한다. 부모·자식과 같은 ‘친밀한 관계’, 가게 점원이나 전철이나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과 같은 ‘중간 영역’, 사법제도와 관련된 ‘정치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분노다. 그는 분노의 본질이 피해를 갚아주겠다는 복수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분노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져 피해자가 용서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그 피해를 복구해주고, 다시 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법체계 전체나 사회가 오염되어 있어 법정 대응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것을 반대한다. 대신 간디, 마틴 루서 킹,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비-분노’의 가치를 보여주려 했다.

20180623
분노의 시대//판카지 미슈라 지음/ 강주헌 옮김/ 열린책들/ 464쪽/ 2만2천원

■ 분노의 시대

프랑스의 해변에서 트럭이 무고한 시민을 향해 돌진하고,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 세력인 ISIS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힌 인질을 참수하는 장면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극우주의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정치세력으로 다시 등장한다.


저자, 현재 시대를 분노의 역사로 규정
테러·폭력 등 원인‘근대화’의 관점 해석



이 책의 저자인 인도계 지식인 판카지 미슈라는 전 세계적으로 들끓고 있는 분노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거부한다. 주요 언론, 학자들은 ‘서구 대 비서구’ ‘우리 대 그들’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세계를 나눠왔다. 저자는 현재의 시대를 분노의 역사로 규정하며, 이것이 근대 세계에서 시작된 것임을 이야기한다. 19세기 유럽 근대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 오늘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테러, 폭력이 벌어지는 원인을 이슬람 근본주의와 종교적 광신도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서구 언론, 지식인, 정치인의 입장에는 반대한다.

19세기 유럽에서도 근대화 과정에서 새롭게 변화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낭만주의, 문화 민족주의, 무정부주의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터뜨렸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식민지에서 벗어난 국가들이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밀려나고 뒤처진 이들이 새로운 질서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분노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사건, 즉 상공업 문명이 서구에 도래하고 그 이후로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된 사건에서 그 현상들의 공통된 근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개인과 집단의 역량 강화의 윤리가 분노한 모방을 통해 어떻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심각한 혼란과 사회적 부적응 및 정치적 변동을 야기했는가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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