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참전 소년병의 눈물 더 이상 외면 말아야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6-23   |  발행일 2018-06-23 제23면   |  수정 2018-06-23

이틀 후면 6·25전쟁 68주년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지자체와 관련기관에서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되새기고 호국보훈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행사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국가를 위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예우는커녕 해가 갈수록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6·25참전 소년병들이다. 올해도 전우회 주최로 21일 대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위령제를 열었지만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조촐하게 치른 이날 위령제마저 소년병전우회가 유공단체로 인정받지 못해 회원들의 회비 등 자비와 일부 정부 지원금으로 치러야 했다.

소년병은 만 18세 미만이라 병역의무가 없는데도 징집돼 전투에 투입된 이들이다. 이들 중에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이가 상당수이고,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펜 대신 총을 들고 전선으로 내몰렸다. 지금까지 국방부가 파악하고 있는 소년병은 2만9천여 명에 달한다. 이 중 2천573명이 제대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현재 생존자는 2천~3천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정부는 이들의 존재를 애써 외면했다. 국제법상 만 18세 미만의 소년소녀 전쟁동원은 금지돼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과 인권 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유를 받고서야 마지못해 소년병의 실체를 인정했다.

일반군인과 다름없이 치열한 전투를 펼쳤지만 소년병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는 기대에 못 미친다. 매월 참전수당은 받고 있지만 다른 참전자에 비하면 보상이 열악하다. 부상을 입었거나 훈장이 없으면 국가유공자 인정도 어렵다. 그 흔한 추모시설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소년병 보상과 예우를 위해 16~19대 국회에서 4차례나 의원 입법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유승민 의원 등이 재차 발의한 소년병 보상에 관한 특별법도 소관부처를 정하지 못해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희생자를 기리고 강제동원에 대한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다.

올해는 6·25전쟁이 포성을 멈춘 지 65년이 되는 해이자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해다. 이런 뜻깊은 시기에 아직도 참전병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소년병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과 노력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여든이 넘은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