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 소식에 생수 품절대란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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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5 08:08  |  수정 2018-06-25 08:08  |  발행일 2018-06-25 제25면
이마트·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판매량 전년대비 7배 이상↑
일부 매장선 사재기 현상도
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 소식에 생수 품절대란
지난 23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한 대형마트 생수 판매코너에 ‘품절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지난 23일 오후 4시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대형마트의 식품점 코너. 대용량 생수를 판매하는 곳에 ‘품절 안내문’이 설치됐다. 안내문에는 ‘생수 매출 급증으로 인해 일부상품이 품절됐다’고 적혀 있었다. 품절된 상품은 1.7ℓ와 2ℓ 6개씩 포장된 대용량이다. 330㎖와 500㎖ 등 소용량 상품은 많이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 김경수씨(53)는 “수돗물에 독성물질이 함유됐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생수를 사러 왔다. 대용량 생수가 품절돼 헛걸음했다. 다른 대형마트도 들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민의 70%가 마시는 낙동강 수계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생수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대용량 생수가 품절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유해물질이 끓여도 잘 분해되지 않고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도 거의 걸러지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스가 보도된 다음 날인 22일 대구지역 대형마트의 생수 매출은 급격히 상승했다. 24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날 대구 6개 지점의 생수 매출은 전년 대비 768%나 신장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날씨가 더워진 탓도 있지만 대구 수돗물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 보도 이후 생수 매출이 크게 올랐다. 월배점 등에서는 대용량 생수를 진열하자마자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대구의 대형마트에서 생수를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지난 22일 오후 SNS에는 코스트코 대구점에서 사람들이 물을 대량으로 사고 있다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시민들이 카트 가득 대용량 생수를 담는 모습이 담겼다. 코스트코 측은 지게차로 대용량 생수를 날랐지만 시민의 구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한때 생수 재고가 텅 비기도 했다.

환경부가 대구 수돗물 논란과 관련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의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수질 안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1991년 페놀 원액 30ℓ의 낙동강 오염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만난 시민 이모씨(63)는 “27년 전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서 식수 대란을 겪은 기억 때문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대구시가 괜찮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겠나? 안심이 될 때까지 한동안 생수를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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