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달 말 퇴임하는 박보생 김천시장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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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7 07:33  |  수정 2018-06-27 07:34  |  발행일 2018-06-27 제11면
“김천이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도시로 꼽히는 것에 보람”
20180627
박보생 김천시장은 지금 50년 가까운 공직생활 마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실맨’으로 소문난 그는 퇴임 후 농사일과 봉사활동을 하며 노후를 지내고 싶다고 했다. <김천시 제공>

“소박한 농민으로 돌아갑니다. 농사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손을 놓은 적이 없지요. 온전히 땀 흘리는 ‘자연인’으로 살아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봉사단체라도 하나 만들어 50년 공직 경험을 김천시민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소망도 있고요.”

3선으로 28일 퇴임식을 갖는 박보생 김천시장에겐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그는 5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김천시청에서 오로지 하다시피했다. 9급 새내기에서 출발, 계장·과장·국장을 거쳐 시장으로 12년간 재직했다. 그 숱한 세월 동안 그는 쉼없이 달려왔다. 끊임없이 생각하며 항상 뭔가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인지 그가 시장 재임시절 스스로의 결단으로, 벤치마킹을 통해서 또는 시청 공무원·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추진한 시책 가운데는 두고두고 ‘김천백년대계의 초석’으로 평가될 일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그의 공직 역정(歷程)에서 일관된 열쇳말은 단연 ‘성실’일 것이다. 오랜 세월 박 시장을 지켜본 사람들 눈에 비친 그는 ‘일 욕심이 많은,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성실했기에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市가 직접 산단 용지 확보 나서
사업비절감분만큼 분양가 낮춰
1∼2산단 완공도 전 100% 분양
12년간 기업 300개 유치 선순환

MB정부 혁신도시재검토 논란때
청와대 드나들며 원안 고수 관철

혁신도시 유일 KTX정차지 김천
국토 중심지 장점 무한 잠재력
12개 공공기관은 市 발전 자양분



▶김천시는 10여년 전부터 ‘기업유치를 통한 규모의 도시화’를 지향, 시 자력으로 산업용지를 마련해 공급해 왔습니다. 그 배경과 성과를 얘기해 주시죠.

“기업 유치는 지역 인구를 늘리고 재정 규모를 확대하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처방이지요. 그러나 공장 지을 땅이 없는 상황에선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보니 우리 시가 직접 산업용지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우를 보면 산업용지를 마련했으나 분양이 안돼 골머리를 앓는 등 리스크도 적잖았습니다. 이를 참고해 우리 시는 아예 산단 조성 공사를 직영하고, 그에 따른 사업비 절감분만큼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3.3㎡당 36만원이라는,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산업용지를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고 보니 이미 사업이 완료된 김천일반산업단지 1~2단지(224만4천㎡)는 완공도 되기 전에 분양률 100%를 기록했고, 지난 12년 동안 3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김천일반산업단지 3단계(115만7천㎡) 사업도 지난해 12월 착공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용지 자력 확보 노력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도 있는 3단계 사업은 총 1천841억원이 투입된 가운데 2021년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4천100개가 늘어나고, 연간 2조8천억원에 이르는 생산유발효과를 확보하는 한편 기존 산단과 연계된 업종의 집단화·계열화를 통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천혁신도시 조성엔 각별한 공을 들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수도권 중심의 발전 전략으로 압축성장해 왔고, 그 결과 ‘수도권 과밀과 지방의 침체’라는 양극화 현상을 낳았습니다. 다행히 노무현정부에서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추진했지요. 전국의 10개 혁신도시는 그 결과물입니다. 김천혁신도시는 앞으로 김천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발전을 견인할 핵심 동력입니다. 이러한 혁신도시가 한때는 존립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지요. 2008년 새정부가 들어서자 ‘혁신도시를 재검토하자’는 논란이 일었던 겁니다. 이때 저는 김천시장이자 전국혁신도시협의회 회장으로서 정부 관련 부처와 청와대를 수없이 드나들며 ‘원안 추진’을 주장했고, 원안대로 추진된 결과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자랑같지만 김천혁신도시는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김천혁신도시는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KTX가 정차하고, 고속도로 IC를 두고 있는 등 뛰어난 접근성에다 국토의 중심에 해당하는 입지적 여건 등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2개 공공기관 모두 이전을 완료한 가운데 주민 2만500명이 거주하는 신도시 기능이 얼마 전부터 작동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등에서 이주한 주민들로 인해 확보된 ‘다양성’은 앞으로 김천 발전에 있어 필수적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혁신도시 확정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혁신도시가 지방의 균형발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도시 시즌2’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김천혁신도시 발전을 위한 39개 과제를 발굴해 2021년까지 1조원이 투입되는 ‘드림모아 프로젝트’도 심도있게 추진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덧붙여 전국혁신도시협의회 차원에서 추진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40% 채용 의무화’ 노력이 지난 1월25일부터 시행되는 ‘혁신도시 건설·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반영돼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법의 시행령은 각 공공기관은 2022년까지 채용인원 가운데 30%를 지역인재로 충당하게 했습니다. 이 모두가 김천혁신도시 조성을 위한 노력의 중간 결과입니다.”

▶재임 기간 김천을 중심으로 한 ‘십자축 철도망’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았습니다.

“일찍이 우리 김천은 교통으로 번성한 도시입니다. 남한의 중심인 지리적 이점을 살려 ‘교통이 특화된 도시’로서 재도약 에너지를 확보하자는 데 큰 뜻이 있습니다. 특히 철도의 경우 경부선과 경북선이 만나는 데다 KTX 등 사통팔달입니다. 여기에다 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연결되는 남부내륙철도만 개설되면 이 철도의 시발점인 김천은 ‘십자축 철도망’의 중심이 되며, 국내 물류도시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북한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철도의 국내 내륙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코 먼 훗날의 일이 아닙니다. 총연장 172㎞에 5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남부내륙철도 개설사업은 현대건설이 ‘민간공공투자방식’으로 건설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KDI에서 적격성 여부를 검토하는 등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고요, 우리 시는 2019년 착공을 목표로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부내륙철도는 수도권에서 거제까지 2시간40분, 김천에서 거제까지 1시간10분대에 연결되는 등 국토균형발전에도 필수적인 사업입니다.”

▶이밖에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우리 시는 국토부의 원도심 재생분야 3대 공모사업인 ‘도시재생·새뜰마을·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 사업’ 모두에 선정된 전국 유일의 도시입니다. 그리고 삼애원 계분공장 이전을 성사시킴으로써 대신동 발전의 저해 요소인 악취를 근본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아울러 공동묘지(4천500기)와 장사시설을 이전함으로써 수십년 숙원인 ‘대신지구 도시개발’(92만4천㎡·3천억원 투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각종 대회 400여 차례와 각 종목 전지훈련 700회를 유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인원 230만명이 김천을 찾아 1천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리고 4천300억원을 투입해 시내 전역 하수관을 교체한 일도 의미가 있습니다. 수질·토양 오염을 사전에 예방해 ‘주민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 박보생 김천시장 걸어온 길

1951년 출생한 박보생 김천시장은 1969년 대한민국 공무원 공채 1기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2006년 제4대 시장에 당선돼 5·6대를 내리 연임했다. 경북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임 중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장·남부내륙철도시군행정협의회장·경북중서부권행정협의회장 등을 지냈다.‘스포츠 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의 수장으로서 미국 배드민턴세계선수권대회·홍콩 오픈배드민턴 슈퍼시리즈·광저우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 단장으로 활동했다. 대한민국 목민관상(2008년)·21C한국인상(2008년)·대한민국행정대상(2013년)·한국매니페스토 공약이행 최우수상(2014~2017년) 등을 수상했다. 박 시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자신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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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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