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오 루시!: 스틸 더 머니: 314 비밀금고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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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  발행일 2018-06-29 제42면   |  수정 2018-06-29
하나 그리고 둘
★오 루시!
중년의 싱글녀, 어울리지 않는 금발가발 쓰고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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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나 스타일의 유사성은 크지 않음에도 ‘오 루시!’(감독 히라야나기 아츠코)는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감독 데이비드 젤너)를 떠올리게 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세츠코’(테라지마 시노부)와 ‘쿠미코’ 둘 다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점, 무언가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는 점 등일 것이다. 쿠미코는 코엔 형제가 연출한 영화 ‘파고’를 본 후 정말 현지에 돈가방이 묻혀 있을 거라 착각해 길을 떠나고, 세츠코는 영어학원 원어민 교사 ‘존’(조쉬 하트넷)에게 반해 그가 있다는 LA로 가기로 한다. 쿠미코의 정신적 문제는 금방 눈에 띄지만, 존이 세츠코의 조카와 연인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츠코의 행동 또한 상식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욕망에 꽂혀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격도 닮아 있다. 세츠코도 눈밭을 혼자 헤매던 쿠미코처럼 비극적인 운명을 맞을 것인가. 전반적인 톤 앤 매너는 무겁지 않으나 한 남자가 철길로 뛰어드는 첫 장면이 왠지 불길하다. ‘오! 루시’는 세츠코와 존, 언니 모녀 등이 이루는 흥미로운 관계를 바탕으로 다음에 펼쳐질 상황을 주시하게 만든다.

조카 연인인 원어민 교사 존에게 사랑의 감정
그를 쫓아 LA로 간후 낯선문화 무작정 수용


언니에게 애인을 빼앗긴 후 중년이 될 때까지 싱글로 살아가던 세츠코는 영어학원에서 존과 포옹을 할 때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그가 조카와 떠났다는 것을 알고도 그녀는 LA로 갈 결심을 한다. 껄끄러운 언니도 딸을 찾겠다며 그녀와 동행한다. 세츠코가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일련의 모험을 감행하게 된 것은 존이 그녀에게 영화의 제목이 된 ‘루시’라는 영어 이름을 지어준 후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발 가발을 쓰고 탁구공을 문 채 존을 생각하는 세츠코는 또 다른 사람이 된 듯 들떠 있다. 조카의 연인을 유혹하는 그녀의 행위는 언니가 그녀에게 남긴 깊은 트라우마와 다분히 연결된다. 루시가 세츠코에게서 ‘이드’(id)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존이 가르쳐준 포옹(hug)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존은 그저 서양의 인사법 중 하나를 알려준 것이지만, 어느 순간 세츠코는 존을 강렬하게 끌어안으며 행복을 느낀다. 외로운 삶에 위로가 된 그 따뜻함을 세츠코는 에로스적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존을 쫓아간다. 존에게 왼쪽 좌석에 앉아 운전을 배우고, 타투를 따라하는 등 그녀는 그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를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 조카처럼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쓴 엽서에도 무심결에 일본 집 주소를 적어 보내는 그녀에게는 금발 가발처럼 잘 맞지 않는 의상일 뿐이다.

캐릭터 구축이 잘되어 있고 각본도 독창적이다.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만든 히라야나기 아츠코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스틸 더 머니: 314 비밀금고
유력 정치인 비밀 금고 발견한 강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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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의 한 은행에 폭탄 조끼를 입은 강도단이 침입해 직원과 고객들을 인질로 잡는다. 이 범죄는 배후 세력과 결탁해 철저히 계획되었음에도 여러 변수로 인해 고비를 겪는다. 그것은 난데없는 폭우로부터 시작된다. 탈출용으로 미리 파놓은 땅굴에 물이 차면서 강도들은 은행을 빠져나갈 다른 방법을 찾는다. 은행 직원이 경찰 호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이미 일은 복잡해졌고, 격리되어 있던 점장 ‘산드라’가 갈리시아인(루이스 토사) 강도에게 은밀하게 고급 정보를 주겠다고 하면서 인질과 강도 사이에는 비밀이 생긴다. 그런데 대장격인 우루과이인(로드리고드 라 세르나)에게도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강도들 사이에 불신이 싹튼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비밀은 유력 정치인의 개인금고에 들어 있는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다. 이를 가운데 둔 강도들과 경찰, 정치인들 사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진다.

배후 세력과 결탁, 철저한 계획하에 은행털이
생각지 않은 여러변수 생기며 복잡하게 꼬여


‘스틸 더 머니: 314 비밀금고’(감독 다니엘 칼파소로)는 처음부터 범죄자들에게 감정을 이입시키고, 그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에 감탄하게 만드는 케이퍼 무비와는 다르다. 영화는 쫓겨날 위기에 놓인 점장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갑자기 강도 무리가 은행을 장악하면서 그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만드는데, 그들은 인질들을 굳이 해할 마음이 없다는 점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관객들의 마음을 살 만큼 매력적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영화를 관통하는 이런 건조함과 차가움은 관객들이 스크린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만든다. 그래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정치인들의 비리가 화두로 떠오를 때 관객들은 어느 쪽이 승자가 될 것인가를 냉정하게 저울질하게 된다. 하나의 사건에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와 비밀의 파급력을 이성적으로 들여다보게 만드는 연출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짜임새가 있는 작품이다. (장르: 범죄, 스릴러,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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